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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세계 비난에 귀닫는 이스라엘 “우리만 옳아”

등록 2009-01-13 19:53

팔레스타인 점령정책 반성없이 정당성만 강조
언론통제로 여론 조성…국민 90% 전쟁 찬성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가자침공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기 불과 몇 십분 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필라델피아에서 한창 연설을 하던 부시는 전화를 받기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올메르트는 “지금 당장 전할 이야기”라며 전화 연결을 재촉했다. 결국 부시는 연설 중간에 단상을 내려왔고, 올메르트는 “미국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도록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직접 지시하라”고 주문했다.

올메르트는 12일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연설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자신과 이스라엘의 ‘힘’을 과시했다. 그는 “라이스가 (대통령의 기권 지시에) 아주 당혹스러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9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비난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눈과 귀를 막은 채 강경한 태도로 침공의 정당성만 설파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3일 “이스라엘인들은 ‘다른 나라들은 모두 틀렸고, 이스라엘만 옳다’고 정말 믿고 있다”며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선 가자 침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제지 <칼카리스트>의 편집장 요엘 이스테론은 “우리 도시들이 지난 8년 동안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며 “이스라엘인의 거의 100%는 (가자침공에 반대하는) 세계인들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불러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40년 넘게 계속된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반전시위가 전 세계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선 전쟁 지지자들의 위협 속에 가까스로 1천명이 모인 반전시위가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의 90% 가량이 가자 침공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니자르 라이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4명과 아이들 9명까지 살해했지만, 이를 문제삼는 이스라엘인들은 거의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야넷 아비아드는 “2006년 레바논 전쟁 등이 벌어졌을 때는 (전쟁을 염려하는) 철야기도나 반전시위 등이 있었지만, 이번엔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이 하마스의 폭력행위에 대한 분노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언론 통제도 침공 지지 여론을 조성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주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 병사들이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었는지에 대한 뉴스만을 접하고 있다. 반면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지적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전쟁 범죄들은 언론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들은 12일 성명을 내 “이스라엘 언론들이 이스라엘군에 대한 비평을 억제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이스라엘군이 벌인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12일 한 동원 예비군이 가자지구 작전 투입을 거부해 군 형무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 이 예비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수백명에 이른데 항의하며 작전에 나설수 없다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2주간의 구류 처분을 내렸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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