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폭격 멈추면 빵집으로…집무너질까 두려워”

등록 2009-01-14 08:45수정 2009-01-14 10:00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샤티 난민캠프에서 12일 한 가족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침공 이후 피란한 친척들을 포함해 21명이 두칸짜리 판잣집에 살고 있고, 매트리스가 부족해 돌아가며 잠을 잔다. 연료도 부족해 집 주변에서 주운 상자나 종이 등을 태워 요리를 한다. 가자/AP 연합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샤티 난민캠프에서 12일 한 가족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침공 이후 피란한 친척들을 포함해 21명이 두칸짜리 판잣집에 살고 있고, 매트리스가 부족해 돌아가며 잠을 잔다. 연료도 부족해 집 주변에서 주운 상자나 종이 등을 태워 요리를 한다. 가자/AP 연합
가자 현지언론인 인터뷰
“포격때는 벽 무너질까 두려워 부엌에 옹기종기
하루 한끼, 물조차 없어…희생자는 여성·아이들”
“이스라엘군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포탄을 퍼붓고 있다. 외벽이 무너질까 두려워 집의 한복판인 부엌에 다들 모여 있다.”

이스라엘군 침공이 19일째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언론인 모함마드 아부다가는 12일 오후(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극단의 공포 속에 이어지는 참담한 일상을 생생히 전했다. 이 날 밤 이스라엘군은 공습과 함포 사격, 탱크 공격을 앞세운 지상군으로 가자시티 도심 지역을 한층 옥죄어 들어갔다.

가자시티에서 방송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아부다가는 “지난달 27일 공습이 시작된 이래 거처를 네 차례나 옮기며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살던 아파트는 폭격과 뒤따른 진동으로 창문이 모두 깨지고 문짝이 부서졌다. 밤이면 기온이 2~5℃까지 떨어지고 난방도 모두 끊겼다. 그는 “뚫린 창으로 들이닥치는 추위를 맨몸으로 견뎌야 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같은 아파트 6층의 친구 집, 북쪽으로 2㎞ 떨어진 친구 집, 남쪽 바닷가의 형 집을 거쳐 지금은 다시 시내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 “언제라도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질 수 있어 추워도 창문을 닫을 수 없고 외벽 가까이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의 거처에는 스무명이 넘는 피란민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하루 한 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마실 물은 기본적으로 없고, 씻을 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드물게 요리를 할 때면 불을 붙이기 위해 쓰레기를 연료로 쓴다”고 그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폭격 중단을 약속한 오전 10시부터 3시간은 가자지구의 ‘러시아워’다. 이때 주민들은 모두 빵집으로 달려간다. 거리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무장대원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도, 살육의 현장에선 사치스런 불평일 뿐이라며 그는 절망했다. 아부다가는 “이번 침공의 희생자들을 보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6~7명 또는 20명가량이 함께 있던 가족들”이라며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하마스도 파타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건 중요하지도 않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화통화 중 아부다가의 어린 세 자녀가 곁에서 재잘대고 장난을 치다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둘째 유수프는 1월1일이 네번째 생일이었다. 그날 자정께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퍼부었고 유수프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꼭 다시 통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에 60차례 공습을 퍼부었고, 하마스 무장대원들도 도심 폭발물 공격 등으로 맞섰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집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공습이 시작된 뒤 원래 살던 아파트 창문이 모두 깨지고 문짝도 부서졌다. 폭탄과 진동 때문이었다. 밤이면 기온이 2~5℃까지 떨어지는데, 전기와 연료 공급이 모두 끊겨 난방이 불가능했다. 뚫린 창으로 들이닥치는 추위를 맨몸으로 참기 힘들어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처음에는 아파트 6층의 친구 집으로 갔는데, 그 집도 창문이 모두 부서져 있었다. 17층 우리 집보다는 나았지만 수도와 전기가 끊긴 아파트에 계속 머물 수 없었다. 온 가족을 데리고 북쪽으로 2㎞를 걸어가 지인의 집에 몸을 숨겻다. 그러나 곧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시티로 밀고 내려왔다. 포성과 장갑차 소리에 두려워 며칠 밤을 떨었다.

 -그렇다면 탱크 공격이 시작된 뒤에도 계속 그 집에 머물고 있는가?

 =포격이 잠잠해진 틈을 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바닷가의 형네 집으로 갔다. 하지만 이스라엘 해군의 함포 사격에 위협을 느껴 시내의 친척집으로 다시 옮겨왔다. 이스라엘군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포탄을 퍼붓고 있다. 어디서 언제 뭐가 날아들지 모르고, 언제라도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외벽 가까이에 가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추워도 창문을 닫으러 창가에 가기가 두렵다. 때문에 안전한 한복판인 ‘부엌’을 골라 모두 자리를 잡았지만, 열흘이 넘도록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

  잠깐씩 몸을 맡겼던 친척과 친구들이 가세하다보니 ‘식구’가 늘었다. 현재 머물고 있는 곳에만 스무 명 가량이 피신하고 있다.

 -다친 사람은 없는지?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있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둘째 유수프는 지난 1월1일이 네번째 생일이었다. 그날 자정께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퍼부었고 유수프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전화통화 내내 아빠 곁에서 재잘대며 웃음을 터뜨리고, 장난을 치다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식량 식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우리 식구와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하루 한 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먹을 것을 병과 캔에 담아 장소를 옮겨다닐 때마다 들고 다녔다. 마실 물도 없고, 씻을 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깨끗하지 않은 물이 있을 뿐이다. 요리를 할 때는 쓰레기를 연료로 쓴다. 밖에는 나가기 힘들다. 가끔 빵을 구하러 나갈 때도 무장대원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빵을 구하지 못한 채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기 일쑤다.

 =(아부다가와 함께 피신중인 압달라 나자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스라엘이 폭격 중단을 약속한 3시간은 가자지구의 ‘러시아워’다. 주민들이 이 때 모두 빵집으로 달려간다. 빵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 빵을 구하려고 서두르는 주민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매일 직장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평화와 자유는 잃었으니, 이 시간대가 가자지구의 러시아워가 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하마스를 지지하는가?

 =나는 하마스도 파타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건 중요하지도 않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공격한 공공기관 건물이나 상수도 시설 등은 모두 팔레스타인 인민에 속한 인프라다. 하마스의 수돗물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민의 수돗물이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이 원인을 초래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그들이 그런 이유를 대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에 앞선 40년 점령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었다. 다른 문제에 앞서 이스라엘이 점령을 가장 먼저 풀어야 한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 때문에 가자지구를 봉쇄했고 침공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요르단강 서안에는 뭐가 있어서 아직까지 남아 있나. 이스라엘은 그저 계속 점령하고 싶어하고, 우리는 점령의 종식을 원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자결권과 자유, 평화를 가지고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한 생각은?

 =이번 침공의 희생자들을 보면 여성들과 아이들을 포함해 6~7명 또는 20명 가량이 함께 있던 가족들이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전쟁 범죄 아닌가. 이스라엘이 초래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국제법정을 세워 엄중히 다뤄야 한다. 이른바 문명화했다며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나라들이 대부분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해선 입을 닫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하마스의 저항이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마스 뿐 아니라, 대부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싸울 것이다. 하마스를 침략한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침략한 것이다.

 -평화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고맙다. 꼭 다시 통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곪은 국세청’ 줄대기·상납 동원한 권력 암투
▶한 청장, ‘형님 지역구’ 포항 유지들과 골프
▶가자 현지언론인 인터뷰 “폭격 멈추면 빵집으로…집무너질까 두려워”
▶미네르바는 ‘또다른 나’ 위장·사칭 몰이는 난센스
▶‘맘마미아 세 언니’ 여성의 성 토크쇼로 펼치다
▶‘미네르바 보도’ 조·중·동의 ‘이중잣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