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소방대원이 15일 이스라엘군이 쏜 포탄에 맞아 불타고 있는 가자시티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본부 건물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다 무전기를 들고 통화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
“어떻게 유엔건물·병원·언론사까지…”
“가자지구가 불타는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과 병원 3곳, 언론사 건물 등을 무차별로 공격한 사건 뒤 긴급 소집된 유엔 총회에서 미구엘 데스코토 브로크만 유엔 총회 의장은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를 공격하며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마틴 팰루스 체코 대사는 유럽연합 27개국을 대표해 “이스라엘의 유엔 건물 폭격에 분노를 표하고 분명한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유엔 직원들과 의료진 등은 이스라엘이 유엔 건물과 병원에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 백린탄을 쏘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자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책임자 존 깅은 <알자지라>에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뿌리자 유독성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어떻게 해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며 “그것은 백린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건물이 폭격에 맞을 염려가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상 위치도 알려줬다”며 피난민 700여명이 머물고 있던 이 건물을 고의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강한 항의와 분노”를 표하자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 건물에서 무장세력들이 공격을 했다고 변명한 데 대해, 깅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 뒤 이스라엘 내에서도 ‘즉각 휴전’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주요 일간 <하레츠>는 16일 사설에서 “가자 주민들의 끔찍한 고통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작전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휴전 협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탱크는 15일 밤부터 가자시티 깊숙히 진격하면서 하마스 무장세력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였다. 이날 하마스 서열 3위의 지도자이자 내무장관인 사이드 시암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동생, 아들 등과 함께 숨졌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최소 1105명(어린이 최소 355명 포함)으로 늘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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