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그도르 리베르만(51)
극우정당 ‘베이테이누당’ 제3당 부상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
10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총선에서 노동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해 정국의 열쇠를 쥐게 된 ‘이스라엘베이테이누’ 당명의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영토에 대한 ‘집념’이 엿보인다. 1999년 출범한 이 당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인구와 그 비율을 늘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땅을 점거한 정착촌 확산 △팔레스타인 경계 재논의 △아랍계 주민의 시민권 제한 등을 주장한다.
창설자이자 대표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51)은 옛 소련 몰도바 출신으로, 이스라엘베이테이누당의 주요 지지 기반도 소련 등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이다.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 ‘기도’(문지기)로 일한 리베르만은, 20살이던 1978년 이스라엘로 건너와 군 복무를 수행하고 히브리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1990년대엔 리쿠드당 당직자로 활동하다가 1999년 총선을 앞두고 새 당을 꾸려 4석을 얻었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선 11석을 얻으면서 당을 주요 정당 반열에 올렸고, 연정 참여를 통해 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리베르만은 강경발언으로 악명이 높다. 1998년엔 나일강의 아스완댐을 폭파시켜 이집트를 ‘수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가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을 지지한다는 이유였다. 교통장관이었던 2003년 7월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가 팔레스타인 포로 약 350명의 사면을 추진하자, 그는 “죄수들을 사해에 익사시키는 게 차라리 낫겠다”며, 사해까지 교통편을 제공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엔 “2차대전 때 미국이 일본과 싸우던 것처럼 하마스와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해, 핵폭탄 사용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크네세트의 아랍계 의원들 가운데 하마스와 접촉한 이들을 처형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선거에서 리베르만이 내건 구호는 “충성 없이 시민권도 없다”였다. 이스라엘의 아랍계 주민들에게 충성서약과 충성도 시험을 치러, 이스라엘군에 입대시킬 것이며,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시민권을 박탈하겠다는 협박이었다. 리베르만은 하마스에 대해 “협상도 없고 휴전도 없다”며 “어떤 형태의 정부가 구성되든 우리가 참여하면 하마스 궤멸이 최우선 과제다”라고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스라엘베이테이누가 연정에 참여할 경우 팔레스타인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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