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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암살단 첫 확인 “라제크 저격 명령에 11발 난사”

등록 2009-03-02 19:46수정 2009-03-03 00:08

2000년 정부작전, 요원 고백에 실체 드러나
* 라제크 : 팔레스타인 지도자
“나는 팔레스타인 요인 암살단원이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단을 운용해온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무장봉기) 당시 이스라엘군의 암살단원으로 징집됐던 한 전역군인과의 단독인터뷰를 실었다. 신문이 신변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남자는 이스라엘 시민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에 증언을 겸한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지도자 2명과 민간인 2명을 사살한 전 과정과 심경을 털어놨다.

이 대원이 소속된 군 암살단은 2000년 11월22일 가자지구 남부의 한 도로 교차로에 배치했다. 자말 압델 라제크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운동 지도자를 ‘체포’하는 임무였다. 라제크는 동행자와 함께 승용차로 이동중이었으며, 검문중인 이스라엘 장갑차 부대원들 틈에 저격수용 조준경이 달린 엠(M)16 소총을 겨눈 암살자가 숨어있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는 라제크의 행선지는 물론이고, 그가 집을 나설때 마신 커피의 분량, 한국산 현대자동차의 뒷좌석에 타고 있으며 트렁크에 무기가 있다는 사실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팔레스타인 협력자의 제보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 대원은 “목표 차량이 나타나기 1분 전에 갑자기 그를 암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여단장급을 포함한 거물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용트럭이 도로를 너무 일찍 차단하는 바람에 목표 차량의 앞에 오던 택시까지 2대가 멈춰서는 순간 “사격!” 명령이 떨어졌고, 암살대원 뿐 아니라 수십명의 검문군인들 총구에서도 일제히 불을 뿜었다. 2대의 차량 모두 벌집이 됐고, 라제크는 머리에만 11발의 총상을 입고 즉사했다고 한다. 이 대원은 “11발씩이나 쏠 이유가 없었다. 아마도 공포심 때문에, 나 뿐 아니라 트럭에 있던 군인들도 그저 총을 쏴댔다”고 털어놨다. 앞 택시에는 오븐용 기름을 사러 가던 제빵사와 학생이 타고 있다가 애꿎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작전이 끝난 뒤 지휘관이 다가와 “축하한다. 총리와 국방장관이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치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 당국이 (민간인 사살이라는) 작전 실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지휘관들은 이 암살이 정치적으로 큰 성공이란 걸 알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즉각 “ 야만적인 암살”이라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군은 각 언론사에 “라제크를 체포하려 했으나 그가 먼저 칼라슈니코프 기관총을 꺼내들었으며, 택시에 탄 민간인 2명도 라제크와 연계된 파타 활동가”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대원은 8년 전의 이 사건을 아직까지 부모에게도 털어놓지 못할만큼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브레이킹더사일런스가 이 증언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 군인들(암살대원)은 군 임무에 대한 불만으로 상급 지휘관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민중봉기로 저항운동 지도부에 대한 체포가 어려워지자 암살을 정규전술로 채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에는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아메드 야신과 후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 등이 잇따라 이스라엘의 표적공습으로 살해됐지만,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 사건은 이렇다할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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