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반정부 소요를 이끈 안드리 라조에리나를 지지하는 군인들이 16일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안타나나리보/AFP 연합
“해군대장에게 넘길 것”…반정부 지도자 “내가 과도정부 이끌어”
올해 초부터 반정부 소요가 계속된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17일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이 군부에 권력을 이양하고 사임했다. 한때 유혈사태로 확산됐던 정국이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대변인은 “대통령이 정부를 해산하고 군부에 정권을 이양하기로 했다”며 군부 최고 선임자인 히폴리테 라마로손 해군 대장이 권력을 이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쿠데타 군 100여명은 16일 탱크를 앞세워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대통령궁 정문을 부수고 들어갔으며, 목격자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총소리를 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정부 세력을 이끄는 안드리 라조에리나 안타나나리보 전 시장은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은 더 이상 통치권이 없다”며 “내가 과도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쿠데타 군은 중앙은행도 함께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데타 군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 안드리아리자오나 대령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기 위해 대통령궁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정정 불안으로 지금까지 마다가스카르인 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다가스카르의 반정부 소요는 올해 1월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이 라조에리나 전 시장의 권한을 박탈한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했다. 디스크자키 출신으로 2007년 시장에 뽑힌 올해 34살 라조에리나는 이후 반정부 시위의 지도자로 변신했다. 지난달 8일에는 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28명이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군 다수가 라조에리나 전 시장 지지로 돌아섰다.
<비비시>(BBC) 방송은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이 2002년 집권한 뒤 엑손모빌 같은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급격한 대외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기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라발로마나나 대통령 자신도 이 와중에 사업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식료품 값까지 폭등해 불만이 더 커졌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대부분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H6s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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