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폭탄테러 사건으로 부상을 당한 홍00 씨가 17일 오후 두바이발 EK322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휠체어를 탄채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3월 17일 인천공항 이정아 기자photo@hani.co.kr
예멘언론 보도…“테러범은 알케에다 조직원”
알카에다 지도부 ‘외국인 공격’ 수차례 밝혀와
한국인들만 희생…아프간 파병등 경고 가능성
알카에다 지도부 ‘외국인 공격’ 수차례 밝혀와
한국인들만 희생…아프간 파병등 경고 가능성
예멘 시밤에서 폭탄조끼를 입은 18살 알카에다 조직원은 왜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로 걸어들어가 폭탄을 터뜨렸을까?
■ “범인은 18살 알아마드” 한국인 7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테러범은 1990년생인 알리 모센 알아마드이며, 알카에다의 예멘지부 조직원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언론 <뉴스예멘>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안관리들은 알아마드가 폭발물 벨트를 터뜨리기 직전 한국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현지 아이들을 멀리 쫓아보냈다. 그의 신분증과 주검 일부가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됐다.
16일(현지시각) 시밤의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지휘한 압두 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부통령은 현지 정보당국자들의 상세한 보고를 받고 “이 사건은 18살의 알카에다 조직원에 의한 자살폭탄 공격”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사바>(SABA) 통신이 보도했다. 예멘 경찰은 범인이 남긴 비디오 메시지도 발견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 12명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서구 관광객 빼고 한국인만 공격 이제 쟁점은 한국인 7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테러가 외국인 관광객을 무차별 겨냥했는지, 혹은 한국인을 직접 표적으로 했는지이다. 우선은 알카에다가 예멘 정부에 타격을 주려고 비무슬림 외국인 관광객을 무차별로 공격했고 공교롭게도 한국인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멘 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면서, 국내 이슬람주의 세력 소탕에 주력해왔다. 알카에다는 예멘 정부를 서구의 꼭두각시로 여기면서, 정부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산업과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려고 외국인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예멘 당국의 소탕작전으로 핵심 조직원 알하르비 등이 검거되자, 알카에다 지도부는 아라비아반도에 들어온 비무슬림 외국인들을 공격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도 한국 여행객들만 희생된 점을 고려하면, 알카에다가 한국인 관광객을 표적으로 골라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여행객들이 이용한 테마세이 여행사의 관계자는 “15일 시밤 전망대에 갔을 때 프랑스·이탈리아 관광객들도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무사했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일행에게 말을 걸고 30분간 대화를 나눴던 예멘인 부자가 범인들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현장에서 희생자들이 한국인임은 분명하게 드러났던 셈이다.
최근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한-미 양국의 주요 외교현안이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 지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라덴 등 알카에다 지도부가 미국의 주요 동맹이자 아프간에서 미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 하는 한국에 경고를 보냈을 수도 있다. 한국은 이라크·아프간 파병 등을 통해 이슬람권에 미국의 동맹으로 확실하게 각인되고 있다. 2004년에도 김선일씨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이라크 테러조직에 살해됐다. 지난 2007년 아프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돼 2명이 살해된 사건에서도 탈레반은 “한국군 철군”을 요구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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