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2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통복장 차림으로 카타르 도하에 도착 했다. 도하/AP 연합
ICC 체포 영장에도 국외 방문 5차례
아랍·아프리카 “종교·인종 차별 조처”
아랍·아프리카 “종교·인종 차별 조처”
‘잡을테면 잡아봐.’
수단 다르푸르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거리낌 없는 국외 행보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30일 개막하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카타르에 도착해 환대를 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서방과 제3세계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알바시르의 해외방문은 에리트레아, 이집트, 리비아, 에티오피아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다. 앞서 지난 4일 국제형사재판소는 알바시르에게 2003년 수단 다르푸르 내전 당시 민간인 30만명을 학살하는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지휘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에 대한 영장 발부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규범에 힘을 실어주지만, 한편에선 그 실효성과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슬람권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조처가 이슬람교도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이기도 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9일 카타르에서 알바시르를 맞이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은 서방이 예전 식민지들을 다시 식민지화하려는 시도”라며 “제1세계(서방)의 테러리즘이자 이중잣대”라고 비난했다.
카타르는 국제형사재판소 설치근거인 ‘로마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알바시르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아랍연맹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형사재판소가 전례 없이 국가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조처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28일 “아랍연맹은 알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중단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30일 “알바시르의 아랍연맹 회의 참석은 역시 이 회의에 참석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무시하는 행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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