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최종확인 필요”…AP “9명 전원 피살”
한국인 엄아무개(34·여)씨 등을 포함해 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피랍된 국제의료봉사단체 단원과 가족 등 9명 전원이 15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5일 “예멘 한국 대사관에서 현지 근무중인 한국인 의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옷과 체구를 통해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한국인인지 아닌지 최종 확인을 위해선 추가 사실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랍된 단원들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으며, 엄씨와 같은 봉사단체에서 활동했던 한국인 의사가 직접 현지에서 확인한 것으로 미뤄볼 때 엄씨가 숨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산악지대인 사다 동부의 나슈르 지역에서 양치기들이 15일 아침(현지시각) 독일인 여성 3명의 주검을 발견했으며, 이후 나머지 6명의 주검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참수 등 잔인하게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 단원인 엄씨는 12일 오후 4시(현지시각)께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독일인 의사 부부와 그들의 아이 3명, 간호사 2명, 영국인 기술자 1명과 함께 예멘 북서부 지역 사다에서 납치됐다. 이들 일행은 12일 산책을 나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엄씨가 소속된 봉사단체는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알카에다가 이들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역의 한 부족 지도자는 알카에다가 이번 납치와 인질 살해를 저질렀다고 <에이피>에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엄씨의 아버지(64)는 피랍자 일부의 주검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저녁 “딸이 지난해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예멘에 갔다. 올해 8월에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엄씨는 또 “딸이 기독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예멘에 선교활동을 하러 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부는 현지 교민 철수계획 등에 대해 “정부 비상대책반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다 지역에는 엄씨를 포함해 모두 8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예멘 전체에는 대사관 직원과 가족 15명을 포함해 모두 180여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다른 당국자는 예멘 지역을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여행금지 조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멘에서는 지난 3월15일에도 고대 유적지인 시밤을 관광하던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폭탄테러가 일어나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박민희 이용인 박수진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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