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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고요하다 오후되면 밀물처럼 광장으로”

등록 2009-06-16 22:37수정 2009-06-17 00:34

유학생이 알려온 현지 표정
테헤란 대학생 집단 시험 거부
예술·의학부 학생 무사비 지지
빈민많은 인문대생 현정권 찍어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유혈사태로 번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곳곳에는 헬멧과 방패,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돼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시민들은 오후 4시가 지나면서 주요 광장으로 몰려들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에서 유학하고 있는 홍아무개씨가 전한 테헤란 현지 표정이다.

홍씨는 16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란에 있는 4년 동안 무장한 경찰을 거리에서 처음으로 목격했다”며 “이전에 몇 차례 시위 현장을 본 적이 있지만, 헬멧과 방패,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들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홍씨는 오후 5시로 예정된 개혁파의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경찰이 오후 2시부터 주요 광장 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 양상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홍씨는 “처음에 ‘신은 위대하다’ 정도의 온건한 구호로 시작한 시위가 이제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저녁의 대규모 시위에 앞서) 오히려 한낮에는 마치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다”며 “낮에 도로들이 오히려 평소보다 덜 막힌다”고 전했다. 홍씨는 “주요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까지 가지는 않아도 옥상이나 베란다에 올라가서 구호를 외치는 소극적 참여자들도 많다”며 “시위가 주말까지는 격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씨는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일부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났으며 시민들에게 자제를 당부한다는 정도의 보도만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씨는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도 소문으로 들었을뿐, 현지 언론에서는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 통화는 가능하지만 문자는 보낼 수 없으며,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 11시까지 전화가 불통됐다고도 전했다.

대학가 분위기도 엄혹하다. 14일 밤에는 테헤란대 기숙사에서 개혁파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자가 충돌했고, 경찰이 출동해 학생들을 잡아갔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버스 3대 정도에 실려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의 기말고사도 취소됐다. 홍씨는 “15일에는 기말고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정작 학생들이 집단으로 시험에 응하지 않았다”며 “16일에는 조교가 시험이 모두 취소됐다며 학생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씨는 테헤란대의 경우 집안이 넉넉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많은 인문학부는 아마디네자드 지지파가 많고, 예술학부와 의학부 학생들은 무사비 지지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씨는 지난 12일 치러진 대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무사비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뒤 “나는 억울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부터 시위가 격화했다고 홍씨는 전했다. 그는 “이란 사람들이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개표 결과로 나온 65% 이상의 압도적 득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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