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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발 유혈사태 ‘중동 정세’ 요동

등록 2009-06-23 20:27수정 2009-06-23 22:24

미 ‘개입과 방관 사이’ 무슬림 유화 딜레마
‘아프팍’ 맞물려 지정학적 상황 더 유동적
이집트 등 자국내 반정부 세력 자극 우려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유혈 사태가 중동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 사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이후 계속 강조해온 ‘무슬림과의 화해’ 정책을 뿌리부터 뒤흔들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뒤 이란과의 화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이란 대선 뒤 화해 정책을 착실히 진전시킬 작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딜레마에 빠졌다.

우선 미국이 시위대를 옹호하면 이란 보수파를 자극하고, ‘외세가 시위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란 강경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하산 카시카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서방 국가와 언론들에 의한 무정부 상태와 파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서방 국가의 내정간섭 음모를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으로 유혈 사태를 일으킨 이란 정부와 협상에 나서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미국 보수층에서는 오바마가 추진해온 적성국과의 화해 정책에 대한 본격적 공격도 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오바마와 악당들’이라는 사설에서 북한과 이란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들을 ‘악’으로 표현한 이유를 알게 됐을 것이라며, 강경 정책을 주문했다.

중동의 이슬람 정치 세력들이 꿈꾸는 ‘신정체제’에 대한 이슬람권의 여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 최근호는 이란의 후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정치 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이 이란 사태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특히 국민들로부터 도전받는 이란 신정체제의 미래는 이슬람 정치세력들에게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동안 중동 정치에 강한 영향을 끼쳐온 이슬람주의 운동이 중대 고비에 들어선 것이다.

이란에서 소요 사태가 계속된다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달 초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제도권 정치 세력화’ 노선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그러나 “이란 보수진영이 시위대를 억눌러 사태를 수습하면 이란의 역내 영향력도 당분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싱크탱크 ‘센추리 파운데이션’의 중동 전문가 마이클 해너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이 경우,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에서도 이란과 연계돼 있는 시아파 정당들의 약진과 정권 장악에 유리할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 내 대표적 친미 아랍정권들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나타난 정치적 폭풍을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이란 국민들의 민주화 욕구 분출이 자국내 반정부 세력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사태와 맞물려 악화되는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정세도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을 더욱 유동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4월 말 시작된 파키스탄 정부의 탈레반 소탕작전은 이제 탈레반의 본거지인 남와지리스탄으로 확산되며, 100만명의 난민 사태를 낳고 있다. 중동의 전통적 핵심인 걸프지역과 점점 일체화되는 서남아의 지정학은 전체 중동 정세의 휘발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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