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시위 지지 때문 추측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하는 녹색 띠를 손목과 팔에 둘렀던 이란 축구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서 ‘퇴출’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4일 전했다.
이 통신은 한국전 주장이었던 알리 카리미(31·아랫줄 왼쪽), 메디 마다비키아(32)가 고령을 이유로 국가대표팀에서 자진 은퇴한다고 이란 신문들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은퇴가 개혁파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지지한 것과 관련됐다는 추측이 커지고 있으며, 선수들의 최종 운명에 대해서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이란 정부에 정통한 현지 한 일간지를 인용해, 이들 2명 이외에 호세인 카비(24·아랫줄 오른쪽), 바히드 하셰미안(32) 등 최소 4명이 대표팀에서 은퇴한다고 23일 전했다.
은퇴가 거론되는 선수들은 모두 지난 17일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손목이나 팔에 녹색 띠를 두르고 경기를 뛰었다. 당시 최소 7명의 이란 축구선수들이 벌인 ‘녹색 띠 시위’는 이란 사태에 관심을 보이던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반전이 끝난 뒤 이 선수들은 복장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띠를 벗도록 요구받았지만, 마다비키아는 팔에 두른 녹색 띠를 풀지 않았다. 그는 1998년 월드컵 본선 미국과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란의 축구영웅으로, 독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다. 카리미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국가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다. 이란은 한국전에서 1-1로 비겨,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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