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유혈사태 충격파…‘중동판세’ 지각변동 조짐

등록 2009-06-25 21:23

이스라엘·사우디·이집트 ‘맑음’
시리아·하마스·헤즈볼라 ‘흐림’
유혈사태로 번진 이란의 대선 항의 시위가 중동 정세에 복잡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중동의 주요 세력들의 이해득실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동의 세력 지형도는 미국과의 관계·종파·이슬람주의 강도에 따라, 크게 친미·온건·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팔레스타인의 파타·쿠웨이트 및 걸프지역 토후국가들과 반미·강경·시아 그룹인 이란·시리아·헤즈볼라·팔레스타인 하마스 등으로 구분된다. 이란은 최초의 이슬람혁명을 통해 이슬람공화국을 건설했기 때문에, 이슬람권 전역의 이슬람주의 단체들 사이에서 역할 모델로 꼽혀왔다. 또,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사이 이란의 영향력은 급상승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란 시민들의 시위가 유혈진압되면서, 이란의 이미지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현대 이슬람주의 정치운동의 원조격인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정치조직 지도자인 에삼 엘 에리안은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란인들은 지난 30년간 이슬람혁명을 수출하려다 실패했지만, 이제 시위 모델을 수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더라도, 이란의 영향력은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전역의 민중들 사이에서 이슬람공화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후 이란이 대외적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지도부는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내정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 대외영향력 확대를 위한 물질적, 정신적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중동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경우, 이란의 동맹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이란의 주적인 이스라엘은 이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될 선두주자다. 미국이 이란과 화해에 힘을 쏟으면서, 궁지에 몰렸던 이스라엘의 강경파 정부는 이란의 영향력 감소,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위축, 미국의 압력 감소 등 1석3조의 이익을 얻게 됐다. 이스라엘은 ‘이란 위협론’을 더욱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

친미·온건·수니파 국가들도 이중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란의 정당성과 영향력이 줄어드는 데다 미국과 이란의 화해도 당분간 물건너감으로써, 이들은 미국의 동맹으로서의 자신들의 입지가 더 탄탄해 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유혈시위 사태는 ‘양날의 칼’이다. 이란 민중의 봉기는 중세식의 왕정과 토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친미 아랍국가의 지도부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슬람주의 운동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주의 운동의 지향점에는 이란과 같은 정교일치 혹은 신정체제가 포함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랍세계의 권위적 통치자들은 이번 사태로 자신들의 체제에 가장 큰 도전이되어온 이슬람정치운동의 붕괴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 민중들의 봉기는 아랍권 민중들이 체제에 도전하는 이슬람주의 운동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고양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