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파키스탄 탈레반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것으로 알려진 하키물라 마흐수드가 지난해 12월 아프간 접경지대인 오라크자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오라크자이/AFP 연합
탈레반쪽 “하키물라 만장일치 추대”
“이미 죽어…시간벌기 책략” 주장도
“이미 죽어…시간벌기 책략” 주장도
조직의 재정비인가, 분열과 자멸의 시작인가?
파키스탄 탈레반이 최고지도자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과 의혹을 낳고 있다. 파키스탄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가 이달 초 서방 연합군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권력 다툼 끝에 새로 선출된 후계자마저 생존 여부에 대해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미국의 최우선 대외안보 현안인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쟁의 주적이자, 아프간 접경지대인 북서변경주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 통치를 할 만큼 강력한 이슬람근본주의 무장세력이다.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의 임시의장 마울비 파키르 무함마드는 22일 “탈레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에서 하키물라 메수드가 새 지도자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20대 후반 나이의 하키물라는 전임 지도자 바이툴라의 최측근으로, 매우 냉혹하고 공격적인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군과 파키스탄 당국은 바이툴라 뿐 아니라 하키물라의 생사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하키물라가 최근 탈레반 내부의 격렬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 정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키물라가 죽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레만 말리크 내무장관은 22일 <뉴욕타임스>에 “하키물라가 중상을 입었지만 살아있다”고 말했다. 바이툴라가 숨졌다는 확실한 물증도 없다. 탈레반 쪽은 바이툴라가 건강상의 이유로 은신 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 보안당국의 고위 관리는 “탈레반의 후계자 지명 발표가 권력 승계를 둘러싼 내분의 종식을 뜻하는 확실한 징표는 아니며, 단지 지도력 재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려는 책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후임 지도자들의 생존 여부, 지도부의 권력투쟁 양상과 새 리더십의 안정화 여부가 향후 파키스탄 탈레반의 행보와 미국의 아프팍 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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