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벤 봉고(50)
숨진 오마르 이어 장남 알리 당선
아프리카 가봉에서 사실상의 부자 세습이 이뤄졌으나 선거 부정 논란으로 긴장이 감돌고 있다.
가봉 정부는 4일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의 장남 알리 벤 봉고(50·사진)가 41.7%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가봉에서는 지난 6월 42년 동안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봉고 전 대통령이 숨지면서, 지난달 30일 긴급히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가봉 정부는 낙선한 다른 후보인 안드레 음바 오바메와 피에르 맘분두는 각각 25.8%와 25.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국방장관인 봉고 당선자는 아버지의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셈이다.
그러나 가봉 곳곳에서 이날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리브르빌에서는 시위대가 불태운 타이어와 쓰레기통 따위로 도로를 막았다. 군이 출동해 최루탄과 고무총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낙선한 두 후보는 서로 승자는 자신이라며 정부 발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메 후보는 “이것은 선거를 통한 쿠데타”라고 말했다. 시위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밝힌 맘분두 후보는 “가봉 사람들은 왕국을 원하지 않는다. (숨진) 봉고 대통령이 42년이나 집권했으면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가봉 제2도시 포르장티에서는 시위대가 프랑스 영사관을 불태웠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시설도 습격을 당했다. 시위대는 감옥을 공격해 수감자 수백명을 탈옥시키기도 했다.
가봉 사람들은 숨진 봉고 전 대통령 장기집권 뒤에는 과거 식민통치국인 프랑스의 후원이 있었다고 믿고 있다. 가봉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봉고 대통령 장례식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가봉에는 프랑스 군인 1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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