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주인공인 <국경의 남쪽> 시사회 찾아
할리우드 거장 올리버스톤과 함께 레드카펫
할리우드 거장 올리버스톤과 함께 레드카펫
지난 2일 개막한 제66회 베니스 영화제가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헌정 축제로 달아올랐다. 특히 남미권에서 반미 좌파 선봉장을 자임해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7일 미국 할리우드의 거장인 올리버 스톤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시사회장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국경의 남쪽>의 주인공인 차베스 뿐 아니라,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브라질),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아르헨티나), 페르난도 루고(파라과이) 등 영화에 함께 등장했던 다른 남미 정상들도 모두 참석해 마치 남미공동체 정상회담장을 방불케 했다. 베니스 영화제에 외국 정상들이 참석한 것은 15년만에 처음일만큼 극히 이례적이다.
이 영화는 최근 남미 국가들의 ‘저변으로부터의 르네상스’를 집중조명하고 남미 좌파 지도자들에 대한 미국 언론의 악의적 왜곡을 신랄하게 비판한 다큐멘터리로, 올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됐다. 차베스가 스톤 감독과 함께 시사회장에 들어서자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대통령, 대통령”을 연호했다. 차베스는 객석에 꽃송이를 던진 뒤 가슴에 손을 얹어 답례했으며,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시사회에 앞서 영화에 출연한 남미 정상들과 일일히 인터뷰를 한 뒤, 차베스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러닝타임 75분짜리 작품을 끝까지 감상했다. 차베스는 “라틴 아메리카가 다시 태어나고 있으며, 스톤 감독은 자신의 천재성과 카메라로 그것을 훌륭히 포착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스톤 감독은 ““남미에선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남미 8개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미국은 그 사실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화가 차베스를 지나치게 미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무엇이든 어두운 면은 있게 마련”이라며 “차베스는 민주주의자이며 남미 지역을 위해 대단한 일을 잘 해내고 있는데 왜 어두운 면을 보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 영화가 차베스에 대한 미국 보수언론들의 공격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쓴타리크 알리는 “차베스에 대한 (미국의) 증오는 그가 ‘미국 중심의 합의에 맞서 ‘신자유주의는 남미 빈민들의 이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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