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네바서 협상…‘우라늄 농축’ 양보 없이 맞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서방 주요국들과 이란의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P5(유엔 상임이사 5개국)+1(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은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한다. 이란 핵 협상은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그러나 서방과 이란은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우라늄 농축 중단 여부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다. 서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핵이용에 관한 주권의 문제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이란이 거부하더라도 우리는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이란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연결 고리를 차단할 방침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29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는 이번 협상의 또다른 변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7~28일 이란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감정에 굴복하지 말고 생산적인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과 이란의 (에너지) 협력관계도 이란 핵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쪽은 강경하다. 이란 의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어 “이란은 어떤 경우에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진급인 하산 가포리파르드 의원은 이란 관영 <프레스 티브이>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리를 무력으로 몰아붙인다면 협상을 그만두거나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리 악바르 살레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핵비무장과 비확산에 대해선 논의할 준비가 돼있지만, 우리의 주권과 관련해선 어떤 논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은 스스로 핵 야망을 드러내고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선제공격을 유발할 수 있어, 실제 탈퇴까지 재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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