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어로 활동 제한…식량난에 생태계도 파괴
팔레스타인 어부인 아부 모하마드는 최근 국제 멸종 위기 동물인 붉은바다거북을 그물로 낚아올렸다. 식구들과 먹기 위해서다.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 절망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그에게 환경보호니 생물다양성협약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생태계 파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미국 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중해 연안 가자지구는 2007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가 점령한 이후 이스라엘이 사방을 틀어막았다.‘하늘만 열린 감옥’이다. 특히 올 초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사회 인프라 대부분이 붕괴됐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물자 부족 탓에 인구의 85%가 국제사회의 원조로 살아간다.
어부들은 해안에서 3마일 밖으로는 어로작업을 나갈 수 없다. 이스라엘 해군이 매일 사격연습을 하는데다, 통제구역에 접근하면 경고사격을 하거나 배를 빼앗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안 앞바다에서만 촘촘한 그물을 던져 싹쓸이를 한다. 가자지구 어부조합 간부인 모하메드 알히시는 “어린 물고기들이 자랄 틈도 없이 씨가 마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환경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통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가자전쟁 때 하수처리시설이 파괴돼 생활폐수가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드는 것도 환경오염은 물론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 국제보건기구(WHO) 중동 담당관인 모하메드 엘미는 “하수시설이 복구되지 않으면 바닷물의 중금속 함유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이런 위험성을 알지만, 다른 일자리가 없어 자살적 어로행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