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팔레스타인 소년들 동예루살렘의 와디카둠 인근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17일 이스라엘 시당국이 정착촌 건설을 위해 무너뜨린 자신들의 집터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골라 옮기고 있다. 와디카둠/ AP 연합뉴스
동예루살렘 900호 건설 승인…“예루살렘 일부” 주장
“중동평화 협상 재개 노력 훼손”…미 이례적 강한 비난
“중동평화 협상 재개 노력 훼손”…미 이례적 강한 비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와 또다시 충돌했다. 중동평화협상 재개 전망에도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이스라엘 내무부는 17일 동예루살렘의 길로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주택 900호 추가건설을 승인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최근 미국의 조지 미첼 중동특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으나 네타냐후 정부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거세게 반발했고, 국제사회의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강도높게 정착촌 동결을 요구해온 미국은 이례적일만큼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실망과 불만을 표시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이스라엘의 조처는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애쓰는 우리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협상의 유리한 지점을 선점할 수 있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은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와 강제퇴거를 되풀이하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행위에 반대한다”고 재확인했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내 “영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동평화협상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동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잘못된 것이며, 영국은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나빌 아부 르데이나 대변인은 “정착촌 추가 승인은 이스라엘이 평화를 원하지도, 협상재개를 바라지도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그런 행동을 막기 위한 실질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의 행동은 중동평화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자 2개국가 방안의 실현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 지역계획위원회의 일상적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며 “(정착촌 주택 증설을 허가한) 길로 지역 인근은 예루살렘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의 성지이자 양보할 수 없는 수도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안보리 표결을 통한 독립국가 건설 움직임에 대한 맞불 내지 경고의 성격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이후 40년 가까이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팔레스타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말 현재 서안 지구에만 123개 정착촌에 28만9600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고, 동예루살렘에도 18만명의 유대인 정착촌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730만명의 6.6%가 정착촌 주민인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촌 거주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 이주를 유도하고 있는데, 주로 극우성향의 이스라엘인들과 보호군대가 거주하면서 주변 마을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핵심 의제는 △영토 확정△ 분리장벽 및 정착촌 철거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네 가지다. 이 중에서도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정착촌 및 분리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홍미정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지배권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무력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함으로써 실질적인 통치권 행사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죠”. 그는 “정착촌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협상 국면에서도 ‘분쟁지’로 남게 돼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핵심 의제는 △영토 확정△ 분리장벽 및 정착촌 철거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네 가지다. 이 중에서도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정착촌 및 분리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홍미정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지배권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무력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함으로써 실질적인 통치권 행사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죠”. 그는 “정착촌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협상 국면에서도 ‘분쟁지’로 남게 돼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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