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 진원지를 가다
세계 최대 인공섬 등
‘속도전’ 개발방식
통제력 잃고 무너져
세계 최대 인공섬 등
‘속도전’ 개발방식
통제력 잃고 무너져
지난주 두바이가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 현지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았다고 한다. “우리가 잘살게 된 비결은 각하의 리더십 때문이다.”
각하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62) 부통령 겸 총리를 말한다. 두바이 경제가 늪에 빠져버린 30일(현지시각)에도 보안업체와 경찰에 근무하는 두 명의 현지인은 그의 리더십을 묻는 <한겨레> 기자에게 “할 말이 없다”며 화제를 돌렸다. 호칭에 늘 ‘각하’가 따라붙는 셰이크 무하마드는 이곳에선 절대군주에 다름아니다.
씨족대표(셰이크) 출신으로 22살의 나이에 국방장관에 오른 그는 1990년대부터는 사실상 두바이를 다스렸다. 2006년 형이 죽자 공식적으로 두바이의 ‘주인’이 되어 ‘사막의 신화’를 일궜다. 세계 최고층 부르즈(버즈)두바이,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르즈 알아랍 호텔 등 두바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는 ‘기적의 시이오(CEO)형 리더십’을 지닌 인물로 많은 곳에서 찬양됐다.
하지만 이런 그의 ‘독보적’ 능력도 이제는 ‘독단’으로 재평가될지 모르는 시험대에 놓였다. 7개 추장국의 연합체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맏형’ 격이자 돈줄을 쥔 아부다비와의 관계마저 틀어지면서, 두바이를 불확실한 미래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1인 지도자에 기댄 개발과 성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은 29일(현지시각) 시중은행들을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짧은 성명은 덫에 걸린 두바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담지 않아 “많은 시장 관찰자들을 낙담시켰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나흘간의 연휴를 끝낸 30일, 평온해 보이는 두바이 시내와 달리 두바이 증시는 건설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7.3% 폭락했다. 국영 두바이월드의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나킬은 자신들이 발행해 나스닥 두바이 금융거래소에 상장한 채권 가격이 열흘 만에 반토막나자, 이날 거래중단을 요청했다.
이런 배경엔 어정쩡한 아부다비의 태도가 한몫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바깥의 시선은 온통 아부다비에 쏠렸다. 하지만 아부다비의 지원은 사흘 만에 나왔고, 그것도 겨우 생색내기에 그쳤다. 아부다비는 1조달러의 국부(소버린)펀드를 운영한다는 소문이 떠돌 만큼 오일달러가 넘쳐난다.
아부다비는 왜 두바이가 ‘파산’하도록 놔뒀을까. <가디언>은 “아부다비는 두바이의 무모하고도 너무 빠른 (개발)방식에 호의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고 29일 전했다. 실제 셰이크 무하마드는 이달 초 아부다비와 그의 관계를 묻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입 닥쳐”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는 보도가 나와, 아부다비와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종합주가지수는 두바이 증시보다 더 큰 8.31%의 낙폭을 보였다. 앞으로 아부다비가 두바이와 선을 더 분명히 그으려 할 가능성은 높다.
세계 5위의 거부였던 셰이크 무하마드가 세상에서 “가장 크게 파산한 인물이 될지 모른다”(<가디언> 11월29일치)는 지적처럼, 그가 1인 지휘한 두바이 모델은 지금 파산 지경에 내몰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의 금융허브가 되려던 두바이의 꿈이 이집트 왕인 파라오의 헛된 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이지만, 셰이크 무하마드가 지배했던 두바이월드의 모토는 “두바이월드의 태양은 결코 지지 않는다”이다. 두바이/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의 금융허브가 되려던 두바이의 꿈이 이집트 왕인 파라오의 헛된 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이지만, 셰이크 무하마드가 지배했던 두바이월드의 모토는 “두바이월드의 태양은 결코 지지 않는다”이다. 두바이/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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