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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상누각’ 몸살 속 ‘오아시스’ 길찾기

등록 2009-12-02 08:49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섬인 두바이의 ‘팜 주메이라’ 건설 현장에 30일 건축 자재가 여기저기 방치돼 있다. 팜 주메이라는 최근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이 고급주택과 호텔, 휴양시설로 개발을 진행 중인 곳이다. 두바이/블룸버그 연합뉴스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섬인 두바이의 ‘팜 주메이라’ 건설 현장에 30일 건축 자재가 여기저기 방치돼 있다. 팜 주메이라는 최근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이 고급주택과 호텔, 휴양시설로 개발을 진행 중인 곳이다. 두바이/블룸버그 연합뉴스
‘두바이 쇼크’ 진원지를 가다
증시 연일 폭락…예금도 아부다비 은행으로 이동
외부 냉랭한 평가에도 내부선 “더 강해질 것” 다짐
“30억원을 저쪽으로 옮길까 하는데?”

“저희가 4%의 금리를 보장해드리겠습니다.”

“0.25%포인트 더 올려줄 순 없나요?”

“본점에서 그 이상은 힘들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막 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스키장을 갖춰 유명해진 두바이 에미리츠몰 안에 위치한 아부다비상업은행(ADCB). 고객관계매니저인 피엠 사림은 쇄도하는 브이아이피(VIP)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30일(현지시각) 오후 기자와 얘기하는 20분 새 그에겐 너댓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은 ‘불안한’ 두바이 은행에서 ‘안전한’ 아부다비 은행으로 돈을 옮겨 놓으려는 전화였다. 두바이 경제의 앞날을 문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두바이가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열린 두바이 증시는 7.3%나 폭락했다.

중동의 허브를 넘어서 ‘제2의 뉴욕’을 꿈꿨던 두바이가 커다란 암초에 부닥쳤다. 위기 이후 두바이호가 어디로 항해할지, 확신과 불안이 교차한다. 실패한 두바이식 성장모델을 어떻게 수리하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한때의 커다란 고함과 비명은 시들해지고 있다. 두바이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출현할 것이다.” 두바이를 대표하는 1일치 <걸프 뉴스>의 사설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좀더 냉정하다. 영국 <옵저버>는 “두바이가 앞으로 몇년 동안 힘든 해를 보낼 것이란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구조조정에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1년 사이 반값으로 폭락한 부동산이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두바이가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내다팔면서, 자산 가치의 추가 하락마저 예상된다. 나라밖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두바이가 누려온 독보적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두바이가 휘청거리는 사이 금융을 비롯한 시장의 무게 축이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아부다비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코트라(KOTRA)의 두바이케이비시(KBC)는 “두바이가 아부다비의 영향력에 점점 편입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건설 프로젝트를 비롯한 시장의 중심축이 아부다비로 넘어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두바이가 발행한 1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숨통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바이의 기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인가. 두바이가 이번 위기로 빛이 바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아예 몰락할 것이란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가디언>은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에서 독특한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실험을 해온 두바이가 앞으로도 중요한 상업적 허브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바이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다른 도시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중동의 관문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종교와 문화적 자유가 넘쳐나는 중동의 ‘해방구’, 다인종·다문화 사회, 비교적 우호적인 기업환경 등은 두바이를 떠받칠 버팀목들이다.

두바이는 이번 위기에서 불거진 비민주적이면서 폐쇄적인 1인 리더십, 높은 대외 부채와 부동산에 의존한 경제의 문제를 손봐야 한다. 두바이의 미래는 여기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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