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장벽 넘어…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인근 마을에서 9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장벽 위에 올라가고 있다. 라말라/AP 연합뉴스
밀수용 땅굴 막는 철제 파이프 세워…주민 생필품 반입도 막힐 듯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에 밀수용 땅굴을 막기 위한 철제 파이프가 세워지고 있다.
이번 공사는 이집트-가자지구의 국경 9~10㎞에 길이 약 20m의 철제 파이프를 4m 간격으로 세우는 것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0일 전했다. 국경도시 라파에는 국경을 따라 대형 공사장비가 배치됐으며, 땅값 보상 등도 이뤄졌다.
그동안 이곳 땅굴은 ‘숨통’이자 ‘쥐구멍’이었다.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땅굴은 각종 생필품을 들여오는 숨통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에는 각종 무기가 밀반입되는, 막아야 할 쥐구멍이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지난해 가자지구 침공작전을 벌이면서, 집중적으로 땅굴 파괴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침공 뒤 다시 수백개의 땅굴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에 대책강화를 촉구해왔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미국의 땅굴 탐지 장비를 지원받은 뒤 수많은 땅굴을 파괴했으며, 이번에 추가적인 특단의 조처를 했다. 이번 공사는 땅속 20m 깊이 이상으로 철제 파이프를 심어, 공사가 끝나면 웬만한 밀수는 차단될 것으로 이집트 정부 쪽은 예상하고 있다. ‘숨통’이 막히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고는 깊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가자지구에 강경정파 하마스가 들어선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한 뒤, 2006년 억류된 자국 병사를 풀어주지 않는 한 봉쇄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 병사와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는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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