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형 처벌 시사…대규모 친정부 시위 열려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엄벌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이란의 유혈시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9일 관영방송을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야당 지도자들을 “모하레브”(신의 적)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관영방송을 통해 “현재 폭동의 배후에 있는 자들은 모하레브다”라며 “모하레브에 대한 법의 처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모하레브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정권 지지자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대규모 친정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이날 발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27일 반정부 시위 이후 시위대 사망자는 십수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측근 3명과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의 자매인 누신 에바디 등 20여명의 야권 인사가 체포된 상태다. 이란 경찰청장은 시위 참가자 5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개혁파는 당국의 시위 엄단 방침으로 27일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시위를 열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새로운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개혁파 웹사이트들이 전했다.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중들은 구타를 당하거나 투옥될 위험 없이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보안군과 친정부 성향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의 과도한 폭력 행사를 중단시킬 것을 이란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역겨운 연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연극을 자주 봐왔다. 시오니스트(이스라엘)와 미국이 조종하는 연극”이라고 비난했다. 마누체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시위대 진압을 비난한 영국에 대해 “계속 허튼소리를 하면 주둥이를 날려버리겠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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