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은 물밑에서 휴전협상을 벌여온 미국 정부의 대리인에게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의 철수를 조건으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활동을 중지시킬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관계 소식통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월1일 미군 3만명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고 2011년 7월 철수 개시를 목표로 하는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아챈 탈레반 측이 11월 말 미국에 이 같은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의 외교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1월 사우디의 연례 무슬림 순례기간에 아프간 탈레반의 신임을 받는 대리인들과 파키스탄, 미국 정부 간 만남을 주선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소식통들은 아프간 탈레반의 대표로 알려진 아가 무타스함이 사우디 기업인 아부 알 하산을 통해 다국적군의 아프간 철수 후 알-카에다가 아프간 영토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보장하겠다는 의향을 미국에 전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알-카에다 축출 제안은 아프간이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테러의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우려해온 오바마 행정부에는 호재지만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실제로 어느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함께 다국적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군 병력의 조기철군을 노린 탈레반의 술책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교도통신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이 관련 협상에 참여하거나 다른 중재자를 내세운 적도 없다"며 "우린 외국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선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해 왔다. 이런 보도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소문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라마바드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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