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건물 부르즈칼리파(옛 부르즈두바이)가 지난 4일 화려한 개장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장식을 했다고 해서 모든 공간이 열린 것은 아니다.
124층 전망대만 운영을 시작했을 뿐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호텔, 아파트, 사무실 입주는 빨라야 다음 달부터 가능하다.
건물 내 아르마니 호텔은 오는 3월 18일 개장할 예정이며, 총 1천44채인 아파트 입주는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다.
실질적인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서둘러 개장식을 개최한 것은 이날이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의 취임 4주년 기념일이었던 점과 무관치 않다.
인류 최고 높이의 건물이 두바이에 들어선 것은 셰이크 모하메드 통치자의 지도력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개장일을 그의 취임 4주년 기념일에 맞췄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제 관심은 162층에 이르는 세계 최고 건물이 발주사 에마르(emaar)의 보도자료 내용처럼 상주인구 1만2천명이 거주하고 일하는 `수직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느냐에 몰린다.
부르즈칼리파는 1∼39층은 호텔, 40∼108층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로 이뤄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장 이후에도 상당 기간 부르즈칼리파가 텅 빈 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부르즈칼리파는 첫 분양 당시 두바이의 경제 호황에 힘입어 발주사 보유분을 제외하고 전체 물량의 90%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아파트나 사무실을 분양받은 이들은 대부분 실수요자가 아니라 임대 수입을 노리고 투자 차원에서 매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 초과로 인해 두바이 전체 주택의 25%가 비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두바이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비싼 축에 속하는 부르즈칼리파에 선뜻 입주할 세입자를 찾긴 어려울 전망이다.
연간 관리비 또한 최고 3.3㎡당 120만원(1평방피트당 90디르함)에 이를 정도로 비싼 편이다.
현재 매매 시세는 2008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폭락, 3.3㎡당 5천만∼6천만원 수준이어서 선뜻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슈아캐피털 PSC의 금융 전문가 로이 체리는 AFP통신을 통해 "임대를 목적으로 사무실이나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가 많지만 세계 최고 건물의 화려함을 대가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세입자를 찾기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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