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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인권위, 12살 신부 이혼소송 대리

등록 2010-02-10 19:08수정 2010-02-10 21:46

지참금 2천만원에 80대와 강제결혼한 소녀사건 맡아
국제인권단체들 “결혼 최저연령 법제화 계기” 기대
12살 소녀의 이혼소송이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혼 풍습의 법적 폐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 국가 기구간의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이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우디 국가인권위원회는 80살 노인과 결혼한 12살 소녀의 이혼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전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우디 국가인권위가 그동안 ‘집안일’로 여겨온 조혼 관련 소송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녀와 어머니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두번째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변호인 쪽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소송을 취하했지만, 사우디 인권위는 아동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혼소송을 떠맡겠다고 나섰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의 시골 마을에 사는 12살 소녀는 지난해말 아버지의 사촌뻘인 80대 노인과 강제결혼을 했다. 아버지에게는 8만5000리얄(약 2670만원)의 지참금이 건네졌다. 그러자 소녀의 어머니가 고령의 사위를 강간혐의로 고소했고 사건은 사우디 최대의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우디 인권위의 소송대리인인 술탄 빈 자힘 변호사는 “인권위는 이 사건을 사우디 공동체의 인권 문제로 보고 있으며, 소녀의 어머니가 소송을 취하했음에도 사건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사우디 인권운동가인 와지하 알후웨이더는 “이번 소송은 결혼 최저연령 법제화를 위한 투자”라며 “우리는 여론을 움직일 필요가 있으며, 사우디에서 조만간 아동결혼 금지법이 제정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는 사우디 국왕의 딸인 아델라 빈트 압둘라 공주도 “어린이는 어린 시절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결혼을 강요받아선 안된다”며 조혼금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데다 보수적 이슬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이 뿌리 깊은 사우디에서 조혼금지법 제정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와하비즘은 18세기 중반 아라비아반도에서 출현한 이슬람 복고주의적 사회·정치 운동으로, 엄격한 보수주의와 교조적 행동주의가 특징이다. 사우디의 보수적 성직자들은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9살 소녀를 세번째 아내로 얻은 사실을 근거로, 조혼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소녀의 아버지도 딸을 결혼시키기로 한 판단의 근거는 딸의 나이가 아니라 신체적 성숙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사우디 법원은 40대 남편과 강제결혼한 8살 소녀의 이혼소송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가, 남편이 이혼에 합의해준 뒤에야 그 효력을 인정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소송이 18살 미만 미성년자의 강제결혼을 금지한 국제아동권리협약 조약국인 사우디에서 결혼 최저연령 법제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랍 이슬람권,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일부 지역에는 지금도 조혼풍습이 뿌리깊게 남아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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