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11일 자신의 석방 20주년에 맞춰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의회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케이프타운/AP 연합
의회 축하행사 등 ‘들썩’
흑백차별 철폐됐지만
경제적 차별 ‘숙제’로
* 타타 : 아버지를 뜻하는 애칭
흑백차별 철폐됐지만
경제적 차별 ‘숙제’로
* 타타 : 아버지를 뜻하는 애칭
한 남자가 아내와 손을 잡고 걸어나왔다.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었다. 단호한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1990년 2월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빅터 버스터 감옥에서 넬슨 만델라는 석방됐다. 수감 27년 만이었다. 남아공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11일 그의 석방 20돌을 축하하는 행사가 남아공 곳곳에서 벌어졌다. 올해 91살의 만델라는 케이프타운의 의회에서 열린 축하행사에 부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의 석방을 축하하는 이날 흑인과 백인, 모든 남아공인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석방된 지 20년, 만델라는 여전히 남아공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그는 흑백차별에 맞서다 1964년 수감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만델라는 감옥에서도 백인 소수정권에 맞선 투쟁을 이끌어 결국 흑백차별 철폐를 이뤄냈다.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94년 흑백 모두가 참여한 첫 국민투표에서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5년 임기를 채운 뒤 연임하지 않고 퇴임해, 남아공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았다. ‘만디바’ 또는 아버지를 뜻하는 ‘타타’라는 애칭이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1일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비판이 금기시될 만큼 존경받고 있고, 살아 있는 성인으로 추앙받는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남아공의 심각한 문제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문제 해결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을 최대 실책으로 지적한다. 그와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 적이자 협상의 상대로서, 만델라가 성인은 아니라고 증언할 수 있다”면서도 “그가 20세기 최대 정치적 인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고 평가했다.
만델라가 꿈꾼 세상이 남아공에 지금 펼쳐진 것은 아니다. 흑인들이 투표권을 갖게는 됐지만, 아직도 많은 흑인들이 흑백차별 시대에 살던 판잣집에서 살아간다. 취업 연령의 24.5%가 실업자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율을 달린다. 남아공은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기록됐다.
<에이피>(AP) 통신은 12일 “남아공에서 차별받던 흑인들 사이에 빈곤층이 줄고 주택과 수도, 전기와 교육이 제공됐지만, 일부 흑인 기업가를 포함한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공은 올해 6월 열리는 월드컵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넬슨 만델라의 생애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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