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 종족간 차이, 유럽-아시아인 차이보다 커
새까만 피부와 곱슬머리, 넓은 코와 두툼한 입술. 아프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획일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도 놀라울 정도의 유전적 다양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프리카·미국·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이 아프리카 남부 부시맨족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부시맨 종족의 유전적 차이는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차이보다도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부시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로, 2만7000년전에 칼라하리 사막 이남 지역에 정착해 지금도 원시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농경정착민 반투족의 후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유전적으로는 수렵채취민인 부시맨과 혈연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반투족으로만 알고 있던 투투 대주교의 모계 혈통에 최소 1명의 부시맨 여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반투족의 90%를 대표하는 츠와나족과 은구니족 혈통을 물려받은 투투 대주교는 풍부한 인종적 다양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반투족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아프리카의 수백개 인종을 아우르는 유전학적 보고다. 이번 연구를 위해 자신의 게놈 정보를 제공했던 투투 주교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내가 부시맨 혈통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티븐 슈스터 박사는 “진정으로 인간의 종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남아프리카로 가서 현지인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130만개의 변종유전자들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과학계는 이같은 발견이 특정 유전자가 질병으로 발전하거나 인체의 약물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해 질병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 논문은 18일 발간되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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