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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현지선 거지생활, 본국에선 백만장자

등록 2010-03-14 13:23수정 2010-03-14 14:21

케냐인들이 남수단으로 간 까닭은
모기장과 비닐천막으로 엉성하게 기워놓은 조그마한 등산용 텐트가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의 한 골목 귀퉁이에 쓰레기더미를 마주하고 서 있다.

임시로 파놓은 용변시설에서 나오는 메케한 냄새와 찌는 듯한 오후의 무더위는 근처의 발전기 소리와 뒤섞여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이 초라한 텐트가 태양이 내리쬐는 열사의 땅 남수단에 둥지를 튼 한 케냐 사업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라고 한다.

케냐 일간 더 스탠더드의 13일자 현지 르포기사에 따르면 케냐 서부 지방도시 카카메가 출신의 요셉 물리미는 3년 전 수단으로 와 이 텐트를 거처로 삼아 자신의 사업체들을 운영하고 있다.

주바에서 부지를 임차해 15개의 임시주택을 건설하고 이들 주택 임대사업으로 매월 10만5천 케냐 실링(한화 18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밖에 목공소와 철제 제작소를 운영하며 현지 비정부기구(NGO)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물리미의 특별한 삶은 주바에 사는 케냐인들에게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많은 케냐인이 거지처럼 살고 있지만 고향에 돌아갈 땐 왕이 된 기분이라고 한다.

주바의 한 NGO에 컨설팅 업무를 제공하는 마틴 므부구와는 "주바에 사는 케냐인들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고향 케냐에는 많은 투자를 하는 백만장자들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를 반증하듯 물리미는 수단에 있을 때는 여느 촌부처럼 보이지만 케냐를 방문하면 가족과 멋스러운 한때를 보낸다. 그의 여섯 자녀 중 두 명이 나이로비의 값비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케냐인들은 2005년 남부와 북부 수단이 21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자 남수단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현지 주재 케냐 영사에 따르면 남수단에 거주하는 케냐인은 공식적으로 3만 명이지만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5만 명에 이르며 수도 주바에만 1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엔사무소 등 남수단의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데 건설업, 숙박업, 유통업, 항공운송업, 유흥업을 비롯해 심지어 남수단 정부에서도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셉 키플라갓 남수단 주재 케냐 총영사는 주바에서 일하는 중류 이하 케냐인들은 연간 미화 1천800만 달러를 케냐 본국으로 송금한다며 이는 은행이나 건설회사 같은 규모가 큰 기업들의 송금액은 제외된 것이라고 전했다.

케냐인 교사들도 외화벌이에 한몫하는 데 4천여 명의 케냐인이 남수단에서 월 미화 400달러에 교편을 잡고 있다.

남수단에 거주하는 케냐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높은 물가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도 주바는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다.

오랜 내전 탓에 시내에 이렇다 할 주택이나 현지 산업이 없어 집세나 식료품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으며 전기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정부건물이나 NGO, 일반 사무실은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수돗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 대부분 주민은 일부 업체가 나일강에서 길어온 물을 사들여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바 시내의 전기와 물도 나오지 않는 방 세 개짜리 주택이 월세 미화 3천 달러에 이르며 300mL들이 생수 한 병은 100 케냐 실링(한화 1천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비록 인터넷과 가구가 배치돼 있지만 대부분 호텔이 조립식 건물이며,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4천 실링(한화 7만 원) 하는 아침식사가 포함된 객실이 주바에서는 1만2천 실링(한화 21만 원)이며 저녁식사 한 끼로 4천 실링(한화 7만 원)을 내야 한다.

귀빈들이 많이 묵고 간다는 주바 시내의 유일한 석조건물인 콸리티 호텔(Quality Hotel)은 아침식사 포함 가격이 더블룸은 미화 330달러, 싱글룸은 미화 160달러 선이다. 시내 택시요금은 거리에 따라 3천 500실링(한화 6만 원)에서 1만 실링(한화 17만 원)에 이른다.

남수단 정부의 한 관리는 "높은 식료품 가격과 주택의 부족현상은 최근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근교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주바와 같이 큰 도시를 먹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바는 상품 공급 대부분을 이웃 나라나 테르케카, 몽갈라, 보르 등 인근 도시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물가는 또한 넘쳐나는 현금 유통과도 관련이 있는 데 주바에는 유엔과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상주하고 있어 수단인과 외국인들은 넘쳐나는 현금 속에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NGO들은 보수를 후하게 지급하기로 유명하며 이는 물가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국제기구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월 최고 미화 1만6천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나이로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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