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특사 방문까지 미루며 압박
이스라엘은 “건설 강행할 것” 요지부동
이스라엘은 “건설 강행할 것” 요지부동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 공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연일 이스라엘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없이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마이클 오렌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15일 미국 내 자국 영사들에게 “양국관계가 1975년 이래 최악의 위기”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이 전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지난 9일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중동평화협상 중재차 자국을 방문한 당일에 동예루살렘 정착촌 신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잇따라 이스라엘을 비판한 데 이어, 14일에는 백악관의 로버트 깁스 대변인과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이 이스라엘 비난에 가세했다. 조지 미첼 중동특사는 15일로 예정됐던 이스라엘 방문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발표 시기에 대해서만 미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을 뿐, 요지부동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지난 42년간 예루살렘 정착촌 건설을 제한한 정부는 없었고, 정착촌 개발이 아랍인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도 않는다”며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국 간 외교갈등은 미국 내 친이스라엘 단체와 공화당 의원들이 일제히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미국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됐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5일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길 원한다면 공개 비난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에릭 캔터 하원의원도 “오바마 정부가 아랍권의 비위를 맞추려 미국의 동맹과 우방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최대의 유대인 로비단체 ‘아메리카-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아이팍·AIPAC)는 14일 “오바마 정부의 최근 발언들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긴장완화를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클린턴 국무장관은 21~23일 워싱턴 아이팍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외교갈등은 이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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