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의석 배분
2석차 현총리, 재집권 노리며 타정파 연대 나서
강경 시아파 70석 확보…합종연횡 치열할 듯
강경 시아파 70석 확보…합종연횡 치열할 듯
이라크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제1당으로 떠오른 ‘이라키야’의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연정 구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라위 전 총리는 이슬람권 휴일인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정파와) 협상이 시작됐다”며 “어느 정치세력과도 예외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라크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개표 결과, 이라키야가 전체 325석 중 91석을 차지해, 89석을 얻은 집권 법치국가연합을 2석 차이로 따돌리고 내각 구성권을 확보했다. 이어 강경 시아파인 알사드르 정파가 주축인 이라크국민연맹이 70석, 전통적 킹메이커인 쿠르드계 정당들이 57석을 차지했다.
이라크 헌법은 총선 다수당이 30일 안에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내각 명단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정파·종파별 이해관계가 극명히 엇갈려, 향후 정치과정에 상당한 난항이 예고된다. 알라위는 최다의석을 차지하고도 집권을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처지다. 불과 2석 차이로 뒤진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의 법치국가연합은 재집권을 노리며 정치블록 확대에 나섰다. 알리 알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27일 “수일 안에 선관위에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하기로 했다”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뜻도 분명히 했다.
3위 당인 시아파 이라크국민연맹도 시아-수니 연맹 신생정당인 이라키야보다 시아파인 법치국가연합에 더 관심을 보인다.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갖은 핍박을 겪은 쿠르드 정파도 이라키야와의 동맹에 적극적이지 않다. 새 내각에 대한 의회 인준이 늦어질 경우, 권력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파 갈등과 폭력사태가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에 따라 정치지형과 향후 정국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라위 전 총리는 시아파임에도 시아-수니파 연맹을 꾸리고 화합과 재건을 역설해 정치무대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영국 유학파 의사 출신인 알라위는 1970년대 초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기 전의 바트당에서 정치에 입문했으며, 1991년 이라크국민연맹을 창설해 후세인과 맞서면서 서방의 눈에 들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인 2004년 미국이 지명한 과도정부 총리에 오르면서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오명을 얻었다. 2005년 총선에선 3위에 그쳐 집권에 실패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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