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테르블랑슈(69)
백인우월주의단체 창설자 피살
흑인 2명 ‘임금체불’ 갈등 살해
월드컵 두달 앞두고 긴장 고조
흑인 2명 ‘임금체불’ 갈등 살해
월드컵 두달 앞두고 긴장 고조
한 백인우월주의자의 피살 사건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체를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남아공의 극우 인종주의단체 아프리카너저항운동(AWB)의 창설자이자 농장주인 외젠 테르블랑슈(69)가 3일 2명의 고용 노동자에게 흉기에 맞아 숨졌다고 현지 <사파>(SAPA) 통신이 전했다. 테르블랑슈는 이날 자신의 농장에서 얼굴과 머리 부분이 상처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21살 청년과 15살 소년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고 잠자던 테르블랑슈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남아공의 뿌리 깊은 흑백갈등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오는 6월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앞둔 시점에 발생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 “모든 남아공 국민에게 진정할 것을 호소한다”며 “선동가들이 이번 사건을 인종혐오를 촉발하거나 부채질하는 데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성명은 “범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어떤 식으로 정당화하든 간에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사태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아프리카너저항운동 쪽은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이 단체의 사무국장은 4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리는 행동을 취할 것이며, 구체적 행동은 다음달 1일 총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테르블랑슈는 최근까지도 현 정부를 빗대 “범죄자들이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 우리(백인)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라고 공언해왔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청년회 지도자 줄리어스 말레마도 최근 각종 집회에서 “보어(아프리카너)를 살해하라”라는 후렴구가 들어간 투쟁가를 즐겨 사용하다가 법원의 금지 명령을 받았고, 남아공의 소수 백인 빈민들은 정부에 역차별정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인종·계층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아프리카너는 남아공의 정치·경제적 실권을 장악한 네덜란드계 토착 백인들인 ‘보어’(농민)인을 가리킨다. 남아공에서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1년 동안 백인 농장주-흑인 노동자의 분쟁으로 1248명이 숨졌다. 1973년 창설된 아프리카너저항운동은 남아공에 백인만의 국가를 세우고 흑인에게는 임시 노동자 자격만 허용할 것을 주장해온 극우 인종주의 단체다. 이 단체는 1993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주의)를 끝내기 위한 요하네스버그 협상장에 차량을 돌진시켰고, 흑백 통합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에도 이전 백인 정부가 만든 흑인국가였다가 남아공에 통합된 보푸타츠와나에서 21명을 숨지게 한 폭탄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 테르블랑슈도 1997년 흑인 경찰관 살해 미수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2004년 출소한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