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미군 철수 이후 ‘홀로서기’ 노린 듯
백악관 대변인 “불만스럽다”
백악관 대변인 “불만스럽다”
하미드 카르자이(사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겨져왔다. 카르자이가 잇따라 미국을 비난하고 갈등이 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카르자이의 발언이 “진짜 문제다”며 “미국인으로서 불만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의 부정은 서방과 유엔이 저질렀다”(1일), “외국의 압력을 받으면 탈레반과 결합할 수 있다”(3일), “우리 아프간인이 이 나라를 운영한다”(5일) 등의 카르자이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르자이는 탈레반이 물러난 뒤 사실상 미국에 의해 권좌에 앉혀졌다. 현재 미군 8만명이 주둔하고 있고 매달 수십억달러의 경제 원조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지난달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을 전격 방문한 뒤라 더욱 곤혹스럽다. 카르자이의 변신은 2011년으로 예정된 미국의 아프간 철수 이후를 대비한 의도적 거리두기로 해석된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 지도자라는 위상을 확립하려는 ‘국내 정치용’ 이라는 분석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꼭두각시가 아니라 독립적이라고 믿을 때 아프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그의 4일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의 ‘내정간섭’도 그를 자극했다. 미국은 아프간 안정의 필수조건으로 부패척결과 선거제도 개혁 등을 요구해왔고, 카르자이가 더이상 체면손상을 참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카르자이가 지난 11월 대통령에 재선돼 자신감을 얻은데다,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미국이 반대한 것도 불만을 낳았다. 미국으로서는 분기탱천할 일이지만 대안이 없고, 카르자이도 이런 처지를 활용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은 분석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안정화 전략은 카르자이의 협조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당장 미국은 탈레반의 최대거점인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아프간전의 최대 고비가 될 탈레반 소탕작전을 앞두고 있다. 5월12일로 예정된 카르자이의 미국 방문이 계획대로 진행될지가 지켜볼 대목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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