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득표 2·3위당, 연합결성…수니파 반발 거세질듯
이라크의 양대 시아파 정당 그룹이 집권을 위해 정치동맹을 맺기로 전격 합의했다.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의 법치국가연합(SL)과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국민연합(INA)이 4일 단일 정치동맹 결성에 합의하고 총리 후보를 지명하기로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시아파의 동맹은 지난 3월 총선 이후 아직까지 정부 구성을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는 이라크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총선에서는 전체의석수 325석 중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시아-수티 정당연맹체인 이라키야가 91석으로 제1당을 차지했다. 집권 법치국가연합은 그보다 2석 뒤진 89석, 이라크국민연합은 70석에 그쳤다.
두 시아파 정당은 이번 동맹으로 원내 과반의석에서 겨우 4석이 부족한 159석을 확보해 새 정부 구성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이라키야는 선거에 이기고도 연정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알라위 전 총리는 두 시아파 정당이 연합해 이라키야를 배제한 새 정부 구성을 시도할 경우 이라크는 다시 폭력 사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법치국가연합은 집권당으로는 이례적으로 선거결과에 불복해 재검표를 요구해왔으며, 이라키야는 수니파 당선자 2명에 대한 이라크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에 반발하는 등 혼란이 가중돼 왔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두 시아파가 ‘한 지붕 두 가족’을 무리없이 꾸려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법치국가연합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들어선 친미 성향의 정치 블록이다. 반면, 이라크국민연합은 반외세와 종교색이 짙은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 및 반미 강경정파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양대 축이다.
알말리키 총리가 연임을 노리고 정치동맹에 합의는 했지만, 총리직을 비롯해 권력분점 문제는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알사드르 정파는 2008년 이라크 남부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알말리키 총리의 정부군과 내전까지 벌인 구원이 있어, 알말리키 총리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바그다드 선거구 일부의 투표에 대한 재검표에 들어갔다. 재검표 결과가 이라키야보다 법치국가연합에 더 유리하게 나올 경우, 시아파 재집권은 정치적 정당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반면, 소수 수니파는 거세게 반발하고 범쿠르드 정파도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는 등 해묵은 정파, 종파 분쟁이 더욱 격렬해질 게 분명하다. 총선 이후 이라크에선 알카에다 등 수니파 무장 세력의 폭탄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