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코크 체포 싸고 유혈충돌…경찰관 2명 사망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가 23일 갱단과의 전쟁으로 수도 킹스턴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자메이카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킹스턴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비상사태는 최소한 한달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갱단과 보안군의 대치는 지난주 브루스 골딩 총리가 마약 및 무기 밀매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인도 요구를 받은 자메이카 최대 마약왕 크리스토퍼 코크에 대한 체포작전을 벌이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23일엔 코크 수하의 갱단이 4개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고 총격을 가해 보안군 2명과 경찰·시민 각 1명이 다쳤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24일도 충돌이 계속돼 갱단의 공격으로 경찰관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자수를 거부하고 있는 코크가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킹스턴 서부의 티볼리 가든 일대에는 갱단들이 차량과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중무장한 채 1주일째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자메이카 전역에서 코크의 수하들도 잇따라 집결하고 있어 보안군이 코크 체포에 나설 경우 유혈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에는 보안군과 갱단의 충돌로 25명의 시민과 군경 2명이 죽었다.
미국 법무부가 코크의 인도를 요구한 것은 지난해 9월이지만, 코크가 이끄는 갱단의 재정적 후원을 받는 골딩 총리의 노동당은 불법 도청을 통한 증거 수집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골딩 총리가 코크의 인도 반대를 위해 미국 법률회사를 고용해 로비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국제통화기금의 12억7000만달러 차관을 지원받기 위해 코크 인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두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코크는 대를 이은 마약조직의 두목으로, 아버지 때의 코카인 거래를 마리화나와 크랙코카인으로 확대해 조직원들을 통해 뉴욕 등에 판매해 왔다. 미국으로 넘겨질 경우 코크는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코크는 서부 킹스턴 지역에서 주민들을 보호해주고 직장도 나눠주는 사실상의 ‘소군주’처럼 행세해 왔으며, 부패한 정치세력의 보호를 받으며 변호사를 고용해 범죄인 인도에 맞서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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