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남아공에 판매제안
극비 협상문서 첫 공개돼
중동, NPT서 압박 높일듯
극비 협상문서 첫 공개돼
중동, NPT서 압박 높일듯
1975년 이스라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핵미사일을 판매하려 했다는 사실이 35년 만에 드러났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뒷받침하는 공식 문서가 처음 공개된 셈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 이스라엘과 남아공 백인정부가 핵무기 매매 협상에 서명한 ‘극비’ 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사샤 폴라코프 수란스키의 신간 <무언의 동맹: 이스라엘과 남아공의 비밀동맹>을 인용해 폭로했다. 남아공 흑인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로비에도 수란스키가 요구한 이 문서를 비밀해제해 제공했다.
이 문서를 보면, 1975년 3월 극비회담에서 남아공의 피터르 빌럼 보타 국방장관은 “탄두”를 요청했고,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국방장관(현 대통령)은 “세가지 사이즈”의 탄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회담에서 이스라엘 쪽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예리코 미사일 판매를 제안했다. 그해 6월 재회동에서 페레스 장관은 “적절한 탄두가 세가지 사이즈로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3가지 사이즈란 재래식 탄두와 화학탄두, 핵탄두를 언급한 것이다. 나머지 두 탄두는 남아공이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남아공이 원한 것은 핵탄두였다.
그러나 이 협상은 가격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고, 남아공은 4년 뒤 이스라엘의 기술적 협력으로 핵탄두 제조에 성공했다. 백인정부는 핵탄두 6기와 제조중이던 1기를 흑인정부에 정권을 넘기기 전인 1991년에 모두 폐기처분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다.
남아공과 이스라엘의 핵무기 협상은 남아공의 전 해군사령관이 흑인정부가 들어선 1994년 “이스라엘이 남아공에 ‘특별한 탄두’를 장착한 예리코 미사일 8기를 판매하려는 ‘샬레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폭로한 적이 있는데, 이 문서는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1986년 이스라엘의 핵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핵시설 사진과 함께 폭로한 적은 있지만, 실제 핵무기 보유를 증명하는 문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누누의 폭로를 근거로 이스라엘은 100~2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페레스 대통령 사무실은 <가디언> 보도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문서 어디에도 이스라엘의 서명이나 문서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협상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남아공의 기밀문서 공개로 핵무기 보유를 확인도 부인도 않는 이스라엘의 ‘모호성 원칙’은 타격을 받게 됐다. 나아가, 오는 28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폐기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 그리고 중동비핵지대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중동 및 비동맹 국가들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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