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코크(41)
자메이카 ‘마약왕’ 검거작전에 60여명 숨져
미, 범죄인 인도요청…정부, 마지못해 나서
미, 범죄인 인도요청…정부, 마지못해 나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두목.’ 카리브의 섬나라 자메이카의 크리스토퍼 코크(41·사진)를 미국 법무부는 이렇게 규정한다. 반면, 그의 근거지인 수도 킹스턴의 서부해안 슬럼가 티볼리 가든에서 코크는 ‘구세주’ ‘대부’ ‘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정부는 그를 검거하기 위한 작전을 사흘째 벌였지만, 코크의 지지자들은 낡은 자동차와 냉장고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했다. 이곳 주민들은 “우리는 코크를 위해 죽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수천명이 코크를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진압작전 과정에서 25일 현재 숨진 6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트럭 3대가 주검을 잔뜩 실어 병원 영안실에 내려놨다고 26일 전했다. 코크는 ‘국가 안의 국가’로 불리는 이곳에서 ‘빈자의 로빈후드’로 여겨진다. 그는 슬럼가 빈민들의 세금 등을 대신 내주고, 가난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거나 식료품을 나눠주며 덕을 쌓았다. 한 주민은 “코크가 온 뒤 경찰과 군인도 해결하지 못하던 소매치기를 근절시켰다”고 말했다. 무능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그가 대신 채워준다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조직을 물려받은 그는 올해만 총격 등 폭력사태로 1700명이 숨진 수도 킹스턴에서 형제 2명과 누이 1명을 잃었다. 코크는 정치권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집권 노동당 정부의 고위 관료와 밀접한 관계로, “코크가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정부와 협력하면 정부의 많은 관료들이 실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브루스 골딩 총리 역시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을 무산시키려 로비스트까지 동원해 9개월간 질질 끌다가,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떠밀려 검거작전에 나섰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6일 골딩 총리와 집권 여당이 지난 30년간 티볼리 가든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고 전했다. 자메이카 일간 <글리너>는 “골딩 총리가 오랫동안 범죄와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실제로 관계를 끊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코크가 1990년대부터 ‘샤워 포즈’라 불리는 마약조직을 이끌면서, 1997~2004년 수천만달러 어치의 코카인과 마약을 미국에 판매하고 무기를 밀수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그를 기소했다.
또 주민들이 그를 추앙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 순종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찌됐든, 검거작전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관광에 의존하는 자메이카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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