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선 공격 파장
터키, 자국대사 소환…프 등 6개국 ‘이’ 대사에 해명요구
EU “공해상 공격 국제법 위반” 비판…중동지역 긴장고조
터키, 자국대사 소환…프 등 6개국 ‘이’ 대사에 해명요구
EU “공해상 공격 국제법 위반” 비판…중동지역 긴장고조
가자지구에 인도적 물자를 지원하려던 국제구호선단을 31일 새벽 공해상에서 기습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구호선단을 주도한 터키는 이스라엘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즉각적인 유엔안보리 긴급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자국민이 구호선단에 참여했던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스웨덴, 이집트, 덴마크 등 6개국도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강력하게 항의하고 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리스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했다. 유럽연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27개 회원국 대사급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유엔은 국제수역에서의 민간인에 대한 폭력행사를 규탄했다. 그러나 친이스라엘인 미국과 영국만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유일하게 우호관계였지만 자국민 9명이 숨진 터키는 “공해상에서 일어난 명백한 국제법 위반행위는 양국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 비난의 선봉에 섰다. 수만명의 터키 국민들도 이스라엘 대사관과 영사관으로 몰려가 “살인자 이스라엘은 핏속에 빠져 죽을 것이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는 시위를 벌였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번 사건을 학살이라고 간주한다”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국경 검문소의 이스라엘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고, 중동국가들에서도 반이스라엘 시위가 줄을 이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는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에서 새 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인권활동가 등을 태운 6척의 구호선단은 30일 오후 키프로스를 출발해 31일 오후 가자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구호선박에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와 유럽의회 의원들도 승선해 있었다.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은 일부 활동가들이 권총을 쏘고, 칼과 쇠막대 등으로 저항해 군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포했다며 당시의 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러나 ‘자유 가자운동’의 그레타 벌린 대변인은 “군인들이 배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발포했다”며 권총을 쏘는 등 과격한 저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선단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아슈도드 항구로 예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도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하마스 간부를 암살한 사건으로 이스라엘 외교관이 추방됐고, 정착촌 건설 문제로 미국 정부와 갈등을 노출시킨 바 있다. 지난 28일 폐막된 유엔의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는 최종문서를 통해 이스라엘을 지목해 조약 가입과 핵시설 공개를 요구하는 등 궁지에 몰렸다. 이런 외교적 위기 속에서 이스라엘은 국제구호선을 공격해 민간인을 살상하는 악수를 둠으로써 3년여 동안 강력하게 펼쳐온 가자지구 봉쇄에 대한 국제적인 해제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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