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자 1천명 넘어서
정국 불안·부정부패 여전해
정국 불안·부정부패 여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군 역사상 최장기 전쟁 기록을 깼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아프간 전쟁은 7일로 104개월째가 돼, 그동안 미군의 최장기 전쟁이었던 베트남(103개월) 전쟁 기록을 깼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하고 있다며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 시작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군은 압도적 화력으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고, 이때까지만 해도 미군이 아프간에서 장장 104개월 동안이나 발을 빼지 못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4일 현재까지 미군 희생자 수는 1089명에 달하며, 다국적군까지 합치면 희생자 수는 1795명이다. 아프간인 희생자 수는 통계조차 없다. 아프간에서는 거의 날마다 폭탄 테러로 아프간인들이 죽어나간다.
미국이 8년8개월 동안의 아프간전에서 남긴 유산은 극도의 불안정이다. 미군이 대규모 작전으로 탈레반을 몰아붙여 한 지역을 장악해도, 밤이면 탈레반이 다시 마을을 장악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의 대안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이 선택은 미국 자신들에게조차 불만스러운 것이 됐다. 미국은 카르자이 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부정부패 일소를 요구했지만, 친족과 군벌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카르자이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올해 초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 국민 절반 이상이 공무원들에게 한 차례 이상 뇌물을 준 경험이 있으며, 52%가 “아프간의 가장 큰 문제는 (탈레반이 아니라) 부정부패”라고 답했다. 미국 의회 보고서는 아프간 주요 121개 지역 가운데 29곳만이 카르자이 지지가 강하다고 적고 있다.
미군이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아프간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 아프간전이 완전히 실패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지만,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요새 탈레반이라고 하면 탈레반 정권에 참여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반외세를 주장하는 모든 이들을 의미하는 포괄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할 정도로 탈레반의 존재는 여전히 막강하다. 미국은 아프간 군경을 교육하고 재건 사업에도 비중을 두고 있지만, 남은 12개월의 짧은 시간에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파키스탄 저널리스트인 아메드 라시드는 지난달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현 정권이) 탈레반과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아프간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선택이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적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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