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나스르 전 편집장
중동담당 나자르, 트위터에 “파드랄라 죽음 슬퍼”
“헤즈볼라 이끈 테러리스트 지지한 셈” 비난 빗발
“헤즈볼라 이끈 테러리스트 지지한 셈” 비난 빗발
미국 <시엔엔>(CNN) 중동 담당 편집장이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진 이슬람 성직자를 추모하는 글을 썼다가 사실상 해고됐다.
<시엔엔>은 “옥타비아 나스르 중동 담담 편집장이 쓴 추모 글은 직무 신뢰성을 해쳤다”며 “나스르 편집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7일 전했다. 권고사직 형태지만 사실상 해고인 셈이다.
레바논 출신인 옥타비아 나스르(사진) 전 편집장은 강경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진 아야톨라 모하메드 후세인 파드랄라가 지난 4일 숨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파드랄라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다. 그는 내가 많이 존경하는 헤즈볼라의 거인이었다”고 썼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에 일조했던 파드랄라를 어떻게 존경할 수 있느냐”며 나스르 전 편집장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숨진 파드랄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를 지지하고 미국의 중동정책을 수시로 비판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파드랄라는 레바논뿐만 아니라 이라크 시아파에서도 지지자가 많았으며 헤즈볼라 지도부도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파드랄라를 1995년부터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려놓았다.
나스르 전 편집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트위터에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는 숨진 파드랄라가 생전에 여성의 권리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존경한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파드랄라는 생전에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며 이른바 ‘명예살인’은 이슬람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단순한 표현을 써 파드랄라 생전의 모든 업적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나스르 전 편집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백악관 최장수 출입 기자 헬렌 토머스가 이슬라엘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꼭 한달 만의 일이다. 토머스 기자와는 달리 나스르 편집장은 비난이 아닌 추모의 글을 올린 탓에 사실상 해고됐다. 두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중동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잘 보여준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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