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잔치해도 일자리는 없었다
인종폭력 사태 재연 우려 ‘술렁’
인종폭력 사태 재연 우려 ‘술렁’
오는 11일 결승전을 앞두고 월드컵 축제가 절정을 향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2008년 5월에 있었던 끔찍한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남아공 인접국 출신 이주민들이 술렁거리고 있다고 8일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남아공 최대 온라인 뉴스포털 <아이오엘>(iol)이 8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월드컵 이후 제노포비아 폭력에 대한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62%가 “근거 있다”고 답해 “근거 없다”는 응답(38%)보다 훨씬 많았다. 2008년 당시 남아공 주요 도시에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악의 폭력사태가 일주일 이상 지속돼 62명이 숨졌다. 희생자 대다수는 일자리를 찾아 짐바브웨·모잠비크·소말리아 등 주변 빈국에서 몰려든 이주 노동자와 피난민들이었다. 이번에도 케이프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외국인 이주자들이 짐을 싸 귀국길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남아공 당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면서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다. 나티 음테트와 치안장관은 8일 “여러 소문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어느 하나라도 신빙성이 확인되는 즉시 경찰력을 투입해 폭력행위를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에서 외국인 증오의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 때문이다. 프라빈 고단 남아공 재무장관은 8일 “경제 여건이 점차 호전되고 월드컵 관광객들의 소비도 늘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털어놨다. 월드컵 수익의 대부분은 국제축구연맹(FIFA), 방송사, 후원업체 등이 챙겨가는 반면, 정작 남아공 안에선 올해 1분기에만 7만9000여개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사라졌고 공식 실업률만 25%를 웃돈다. 월드컵 준비에 57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수만개의 ‘월드컵 일자리’는 대부분 일용직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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