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92)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주검을 해부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화
“예술 빙자해 산사람에 주술” 비난
화가 “모욕할 의도는 없어” 해명
화가 “모욕할 의도는 없어” 해명
넬슨 만델라(92)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주검을 해부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화(사진)가 파문을 낳고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직 생존해 있는 데다, 남아공 백인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주의)에 맞서 싸운 투사이자 이 나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그림은 남아공 화가인 유일 다마소가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툴푸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패러디한 것이다. 2001년 12살의 나이로 숨진 에이즈퇴치 소년 운동가 은코시 존슨이 중요부위만을 가린 만델라의 주검을 해부하는 모습을 제이콥 주마 현 대통령,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 등 남아공의 유명 인사들이 지켜보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지난 9일 요하네스버그의 유명 쇼핑센터에 전시되던 중 현지 일간 <메일&가디언>의 보도로 널리 알려졌다. 만델라가 이끌던 투쟁조직이자 현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역겹고 모욕적이며 우리 사회의 가치에도 배제된다”며 “가장 강력한 언어로 이 그림을 규탄한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에이엔씨는 “이 그림은 아프리카에선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려는 주술행위인 ‘우부타카티’로 간주되며, ‘예술작품’을 빙자한 인종주의”라고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다마소는 “남아공의 영웅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으며, 남아공은 금기시되고 있는 ‘만델라의 죽음’이라는 주제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만델라는 위대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 언젠가 죽음을 맞는 보통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만델라와의 영원한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18일로 92번째 생일을 맞는 만델라 전 대통령은 최근 몇달새 건강이 악화돼 대중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