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입씨름 가열
미 중앙정보국의 정보원인가? 미국의 이란 핵정보를 교란시킨 이란의 이중간첩인가?
이란 정부가 1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 중앙정보국에 납치됐다며 지난 15일 이란으로 돌아간 핵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32)가 미 정보기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 비밀요원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그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21일 “아미리 사건은 이란이 계획하고 시행한 양국 첩보전의 일환”이라며 “아미리가 올해 초 접촉하자마자 이란 요원들에게 협력했으며, 미 중앙정보국의 내부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아미리가 미 중앙정보국이 납치하려했던 이란인들의 명단과 정보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아미리가 미국 쪽에 제공한 정보는 계략에 따른 가치없는 것이었고, 첩보전에서 승리한 쪽은 자신들이라는 게 이란 쪽 주장이다. 이란 국영 스튜디오 ‘시마 필름’은 이 사건을 텔레비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집필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쪽은 이런 주장에 콧방귀를 뀌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아미리가 망명 이전에도 중앙정보국 정보원으로서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했고, 지난해 자발적으로 망명했다는 것이다. 한 미국 관리는 아미리가 미 정보기관의 내부정보에 접근했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른 관리들은 아미리가 테헤란 대학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비밀본부가 된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넘겼으며, 그가 제공한 정보들이 2007년 작성된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정보평가(NIE)의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납치돼 고문까지 받았다는 아미리의 주장은 가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이란으로 돌아간 아미리가 지어낸 얘기라는 것이다.
아미리 사건은 당분간 서로의 승리를 주장하는 선전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아미리가 이란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아미리의 운명은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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