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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다이아몬드에 물 빼앗겨 ‘목타는 부시맨’

등록 2010-07-22 22:41

보츠와나 정부의 물 공급 차단 조처로 2005년 탈수증으로 숨진 부시맨 콜로클로 두케의 생전 모습.   서바이벌 인터내셔널 제공
보츠와나 정부의 물 공급 차단 조처로 2005년 탈수증으로 숨진 부시맨 콜로클로 두케의 생전 모습. 서바이벌 인터내셔널 제공
보츠와나 법원 “원주민 지하수 이용 금지” 판결
광산개발 위해 물길 막고 외부 물반입조차 금지
자본과 개발의 탐욕이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부시맨’ 산(san)족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보츠와나 고등법원이 21일 부시맨의 기존 지하수 관정 이용은 물론 새로운 지하수 관정을 뚫는 것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소수종족 보호운동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www.survivalinternational.org)이 전 세계에 고발하고 나섰다. 문제의 지하수 관정은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회사인 드비어스사가 뚫어놓은 것으로,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든 이 곳에선 부시맨들에게 생명수나 다름 없었다.

이번 판결로 부시맨은 자신들의 땅에서 물 접근권이 아예 막혀버렸다. 주만다 가켈레보네 산족 대변인은 “법원은 우리에게 땅을 되돌려줬지만, 관정도 물도 없는 채로였다”며 “물을 얻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거주지 바깥의 수원은 가장 가까운 곳이 약 40㎞나 떨어져 있다.

보츠와나 부시맨의 딱한 처지는 1980년대 다이아몬드 광산 발굴에서 비롯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2002년 부시맨의 삶터였던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지하수 관정을 막고 인근 숲의 물줄기를 끊어가면서까지 원주민 강제퇴거 조처를 강행했다. 보츠와나 정부의 눈에 토착민은 다이아몬드 채굴에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부시맨은 힘겨운 법정다툼 끝에 2006년 12월 보츠와나 법원으로부터 “강제퇴거는 불법이며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아내 고향땅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보츠와나 정부는 부시맨들의 지하수 관정 재개봉을 금지하는 한편, 세계적인 명품보석업체 티파니앤코의 투자로 부시맨 거주지에 사파리 공원과 수영장 등이 들어선 호화 관광단지를 조성했다. 보석가공업체인 젬다이아몬드에는 부시맨의 물 이용을 막는 조건으로 이 지역의 환경관리권이 주어졌다. 차량 등을 이용해 외부에서 물을 가져다주는 것도 금지됐다. 관광객과 광산업자, 심지어 야생동물들에게도 제한없이 물이 공급되지만, 정작 원주민인 부시맨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물을 빼앗긴 것이다.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스티븐 코리 대표는 “지난 10년새 보츠와나는 원주민들에게 가장 살기 힘든 곳이 됐다”며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관광과 보석 쇼핑을 즐기면서 이런 정권을 도와주기를 진정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칼라하리 사막에 뿌리를 둔 ‘부시맨’은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의 수렵채취 경제와 부족단위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종족으로 남부 아프리카에 6만여명이 생존해 있다. 거주 지역에 따라 산(San)족, 쿵족, 바사르와족 등으로도 불리며,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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