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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군, 10㎞질주하며 민간인에 총질

등록 2010-07-27 19:41수정 2010-07-27 22:09

가디언 ‘위키리크스’ 아프간전 문건 추적 보도
‘자폭공격’에 보복…19명 쏴죽이고도 “8명 사망”
“적절한 대응” 변명만…병사들 조사·처벌도 안해
“오전 5시 순찰 중 자살폭탄 차량과 소화기 공격을 받았고, 부대로 귀환했다.… 아군 2명 부상, 아프간 민간인 8명 사망, 34명 부상, 적 1명 사살. 13시49분 상황종료.”

위키리크스로부터 미군 상황일지 등 군사기밀문서를 사전에 넘겨받아 수주 동안 검토했던 영국의 <가디언>은 26일 미군이 아프간 민간인 학살을 은폐·축소한 전형적 예로 2007년 3월4일 발생한 미 해병들의 총기난사 사건을 들면서, 이 짧은 상황일지 뒤에 감추어진 진실을 폭로했다.

사건 발생 3주 전 현지에 배치된 미 해병 호송부대는 잘랄라바드 동쪽 외곽도로에서 자살폭탄차량의 공격을 받는다. 부상자 발생에 광분한 해병대원들은 현장을 벗어나 도로를 질주하면서 10여㎞에 걸쳐 자동화기를 무차별적으로 쏴댔다. 갓 결혼한 16살짜리 소녀, 길을 가던 75살 노인 등 19명의 비무장 아프간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50여명이 다쳤다.

당시 현장 취재중이던 <톨로티브이채널>의 타키울라 타키 기자는 “2시간 뒤 현장에 되돌아온 해병들이 비디오를 지우지 않으면, 너를 지워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상황일지와 실제 상황은 달랐다. 미군의 횡포에 분노한 주민들은 다음날 잘랄라바드 시내에서 유리창을 깨고 도로를 점거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한달 뒤 아프간 인권위는 자살폭탄공격 이후 여러 방향에서 매복공격을 받았다는 미군의 주장과는 달리 한 곳에서 소화기 사격이 있었을 뿐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미군 당국은 해병들의 총기난사가 “끔찍한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망자 1인당 2000달러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미군은 또 중대원 120명 전원을 아프간에서 철수하도록 명령했다. 부대 철수가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해병 쪽은 이 조처에도 불만을 품고 17일간 자체조사를 벌여 “복합적인 공격을 받고 교전규칙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1만2000쪽 짜리 해명성 보고서를 내놨다. 총질을 해댄 4명의 병사들에 대해선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휘계통에 있던 일부 장교가 가벼운 견책을 받은 게 처벌이라면 처벌이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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