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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석유 부국’ 쿠웨이트 가사 도우미엔 ‘지옥’

등록 2010-08-03 20:17

아시아 여성들 착취 ‘만연’
학대해도 고용주 처벌 안해
쿠웨이트 주재 아시아 국가 대사관들은 요즘 고용주 집에서 도망쳐 나온 자국 출신 가사 도우미들로 넘쳐난다. 네팔 대사관에는 가사 도우미들이 대사관 로비 한쪽 귀퉁이에서 잠을 청하고 있고, 필리핀 대사관에도 200명 이상이 무더운 방 한 곳에 모여 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지하실과 기도실을 가사 도우미들의 쉼터로 내줬다. <뉴욕타임스>가 2일 전한 풍경이다.

가난한 아시아 나라 출신 가사 도우미들이 자국 대사관까지 도망쳐 온 이유는 억압적 노동 환경 때문이다. 쿠웨이트 일부 고용주들은 이들에게 최대한 일을 시키기 위해 수면시간을 몇 시간 주지 않는다. 필리핀 대사관에 피신하고 있는 라스플로르 아르마다는 “‘일해, 일해’라는 말을 듣곤 했다”며 “새벽 3시에도 창문을 닦으라고 명령하기에 도망나왔다”고 말했다. 해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금식인 라마단 기간에는 해진 뒤 식사 준비를 위해 노동강도가 더 세지고, 이 때문에 라마단 기간에 고용주 집에서 탈출하는 가사 도우미가 늘어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가난한 아시아 나라 여성들이 국외에서 일하며 노동력 착취, 고용주의 성적 학대 등에 시달리는 일은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일이지만, 오일 머니가 넘치는 쿠웨이트 같은 부유한 중동 국가에 아시아 출신 가사 도우미가 상대적으로 많아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출신 가사 도우미가 자국 대사관으로 도망와 “13년 동안 급여도 받지 못하고 감금된 채 일을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스리랑카 대사관은 일부 사례일 뿐이라며 여성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달에는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가 고용주에게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고용주는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의 주검을 차와 함께 사막에 버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다. 필리핀 출신 알리다 알리(22)는 고용주가 억압적이니 다른 곳으로 파견지를 바꿔달라고 인력파견회사에 호소했다가 더 큰 화를 입었다. 고용주가 먼저 알고 3층 창문에서 알리를 밀어버렸다. 척추가 부러진 그는 필리핀 대사관에서 10개월째 머무르고 있으며,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쿠웨이트에서 고용주들이 외국 출신 가사 도우미를 학대하거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쿠웨이트에서 가사 도우미 급여를 통장에만 직접 입금하는 등의 제도적 보호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쿠웨이트 노동·복지부 차관 모하메드 알 칸다리는 “쿠웨이트에는 가사 도우미가 약 65만명이 있으며 대우를 잘 받고 있다”며 “어떤 이들은 쿠웨이트에서 15, 20, 25년씩 일한다”고 반박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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