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들은 왜 블랙베리를 미워할까?
“국내규제 충족 못해” 사우디 등 잇단 서비스 중단 명령
메시지 전송 때 암호화…정보통제 위해 규제 나선 듯
메시지 전송 때 암호화…정보통제 위해 규제 나선 듯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블랙베리(사진) 휴대전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우디아라비아가 6일부터 블랙베리의 자국 내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현재 (블랙서비스 서비스) 상태가 국내 규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서비스 중지를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먼저 서비스 중지라는 강수를 실행에 옮겼지만, 블랙베리 사용 제한 움직임은 세계 여러 곳으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하루 앞서 아랍에리미리트(UAE) 정부는 자국내 블랙베리 서비스 스마트폰 사용자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블랙베리 사용자 사이 인스턴트 메시지,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9월부터 중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은 블랙베리를 이용한 뉴스 교환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쿠웨이트도 블랙베리를 통한 포르노 사이트 이용 차단을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에 요청할 계획이다.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인도도 블랙베리 사용자의 정보 이용 방식을 놓고 리서치인모션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들 정부는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들 정부가 블랙베리 사용자가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사인 캐나다 업체 리서치인모션은 사용자가 블랙베리를 통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면 회사 고유 서버로 곧바로 전송해 암호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국가가 자국 내 블랙베리 사용자의 메시지 송수신 내용을 알아내기 어려운 구조인데다가, 정부보다 외국 사기업이 자국민의 정보에 더 많은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불쾌하게 여긴다는 분석이다. 블랙베리가 정보 교환 수단으로 중동 국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도 주요 공격목표가 된 원인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전체 개인 휴대전화 사용자의 80%에 해당하는 70만명이 블랙베리를 사용한다고 <알자리라>는 전했다.
리서치인모션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라자리디스 리서치인모션 공동 최고 경영자는 “협상할 계획이 없다”며 “암호화를 지금보다 느슨하게 적용하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서치인모션이 일부 정부들과 협상을 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등도 서비스 중단이라는 강수보다는 물밑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여전히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리서치인모션은 2010년 1분기 세계 휴대전화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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