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크 아지즈 전 이라크 부총리
‘가디언’과 옥중인터뷰서
미군 일방 철군계획 비난
미군 일방 철군계획 비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를 늑대들에게 몰아넣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입 노릇을 했던 타리크 아지즈(사진) 전 이라크 부총리가 5일 영국 <가디언>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철군 계획을 비난했다. 아지즈는 2003년 바그다드 함락 이후 처음으로 한 이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반겼다”며,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미군은 이달 말까지 이라크에서 전투병력을 모두 철군할 예정이다. 그는 “(미군이) 떠나면 안 된다. 이라크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철수를 반대하면서도, 후세인 정권 시절에 대한 향수를 보였다. “지금 이라크엔 아무것도 없다. 사담이 30년 동안 이라크를 건설했는데, 지금은 모두 파괴됐다. 우리 모두는 미국과 영국의 희생자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죽였다”고 말했다.
영어 교사 출신인 아지즈 전 부총리는 1991년 걸프전 때 외무장관으로 후세인 정권을 대외적으로 대변해 ‘미스터 이라크’란 별명을 얻었다. 1992년 상인 40여명을 처형한 것에 연관된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형을 받았으며, 현재 바그다드 서부 감옥에 갇혀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가 있다고 의심하도록 방치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란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는 이란과 8년 전쟁을 했다. 사담은 자존심이 센 인물이었고, 이라크의 존엄을 지키고자 했다. 자신이 틀리지도 약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도 생전에 미군 심문에서 “이란이 이라크 남부를 침공할 것을 우려해 대량파괴무기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