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맞서 미군 지원받아
2년전 이라크 정부로 넘어간뒤
급여체불
2년전 이라크 정부로 넘어간뒤
급여체불
힘에는 힘으로, 돈에는 돈으로?
미군이 이라크 알카에다 퇴출 전략의 하나로 지원했던 수니파 민병대 ‘이라크의 아들들’(일명 계몽위원회)이 미군과 이라크 정부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알카에다 쪽으로 재결합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 정부가 몇 달째 제 기능을 못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이라크 미군 전투병력의 완전 철수에 들어가면서, 그 빈자리로 알카에다가 돌아오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0일 전했다.
계몽위원회의 고위급 지도자 셰이크 사바 알자나비는 “평조직원 1800명 가운데 지난 두 달간 월급을 받지 못한 100여명이 알카에다로부터 돈을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2006년 당시 이라크 미군 사령관이던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준군사조직 ‘이라크의 아들들’에게 1인당 300달러의 월급을 주는 대가로 알카에다 연계 무장반군에 맞서 싸우도록 했다. 일종의 ‘이이제이’ 전술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출구 전략을 본격 가동한 2008년 말에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이라크 정부에 넘겼다. 그러자 잠복해있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이라크 집권세력과 민병대 조직 간의 불신, 급여 체불,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테러, ‘이라크의 아들들’을 겨냥한 보복공격 등으로 계몽위원회 프로그램 자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알카에다는 지난 3월 총선 이래 다섯 달째 차기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의 극심한 정국혼란과 권력 공백 상태를 세력 구축의 기회로 삼고 있다. 계몽위원회의 2인자 셰이크 무스타파 알자부리는 “사병들이 몇 달째 급여를 못 받아 불만이 한계 상황에 이른 상태에서 알카에다의 적극적인 신규 대원 모집 공세에 맞닥뜨리고 있다”며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우리를 계속 외면하면 돈을 벌 다른 수단을 찾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7년 동안 벌인 이라크 전쟁이 오히려 안보 불안만 키워놓은 모양새다.
이라크의 아들들의 한 조직원은 “열흘 전께 친구와 카페에 있는데 아는 남자 2명이 다가와 ‘이라크의 아들들은 실패했고 하나씩 살해될 것’이라고 위협한 뒤, 자기들과 일하면 돈을 두둑이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계몽위원회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이라크 정부 산하 화해위원회의 주헤어 찰라비 위원장은 “이 문제는 바트당(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시아파)을 지지하는 반정부 세력에 의해 날조되고 정치 이슈화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은 계몽위원회를 계속 지원할 수도 없고 ‘알카에다의 귀환’을 막을 비책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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