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에 제한적 수출 허용…“인권유린 여전”
짐바브웨판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수출이 11일 다시 시작됐다. 전쟁수행 비용 등으로 쓰이는 이른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 협의체인 킴벌리 프로세스가 제한적 수출을 허용했기 때문인데, 인권단체들은 이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11일 마랑게 광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 90만 캐럿의 국제경매를 수도 하라레에서 진행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러시아·이스라엘·인도· 레바논 업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하라레에 도착했다.
2006년 발견된 마랑게 광산은 19세기 이후 발견된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꼽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저주’였다. 짐바브웨 군대는 2008년부터 이 지역으로 들어와 소규모 광산업자들을 쫓아내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인권단체들은 짐바브웨 군대가 그동안 지역주민 200여명을 살해했으며, 어린이 강제노동과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한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11월 수출 중단 조처와 함께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짐바브웨 정부가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거래를 허용했다. 킴벌리 프로세스의 애비 치카네는 “원래 킴벌리 프로세스는 반군들과 반군의 조력자에게만 적용된다”며 “짐바브웨 같은 합법정부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마랑게 광산의 인권 유린은 여전하다고 비판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마랑게 광산에서 10살 이하 아동이 하루 11시간씩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현재 마랑게 광산 다이아몬드 재고가 450만 캐럿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가 19억달러어치로 짐바브웨 국가 부채의 3분의 1을 갚을 수 있는 양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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